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며 웨스트나일열 등 감염병을 매개하는 모기인 '열대집모기'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기후변화로 모기와 같은 감염병 매개체의 분포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치밀한 감시와 대응의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감염병 매개체 감시를 위해 지난 8월 제주 지역에서 채집한 모기 가운데 이전에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열대집모기가 새롭게 발견됐다.
질병청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한 이번 조사 결과를 공식 학술지 '건강과 질병'을 통해 곧 공개할 계획이다.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는 집모기류(Culex spp.)의 하나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모기인 빨간집모기(Culex pipiens)와 형태적으로 매우 유사하지만 보다 따뜻한 열대 및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서식한다.
보건학자 주인호 박사의 1956년 논문 '한국산 모기의 분류'엔 이 모기가 한국 모기 중 하나로 기록돼 있으나, 표본이 남아있지 않고 이후 70년 가까이 한 차례도 발견된 바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동정(생물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 오류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한일 연세대 명예교수는 2003년 논문에서 "(1956년 논문 이후) 40년 넘게 많은 연구자가 (열대집모기) 성충이나 유충 표본을 단 하나도 채집하지 못했다"며 한국 모기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국내에서 열대집모기의 존재가 명확히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제주 내 여러 지점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이미 제주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유입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열대집모기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라며 제주도 외에 다른 육지 지역으로도 진출했는지는 내년 감시 시즌에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집모기는 웨스트나일열 등 감염병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웨스트나일열은 드물게 뇌염, 수막염으로도 이어지는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유럽에선 지난해 19개국에서 1천436명의 환자가 나와 125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선 3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으며, 2012년 아프리카 기니에서 감염돼 입국 후 확진 받은 사례 1건을 제외하곤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열대집모기가 국내에서 발견됐다고 웨스트나일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국내에 서식하는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매개 모기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모기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적은 없다.
이희일 과장은 "열대집모기가 이들보다 웨스트나일 매개 위험이 더 높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다만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감시해야 할 병원체 모기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 분류 전문가인 김흥철 박사(주식회사 유 기술연구소장)는 "50년대 주인호 박사의 연구도 유충을 우화시킨 깨끗한 표본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상당히 정확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나라 기온이 높아지고 여행객도 늘어나면서 열대집모기가 새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새로운 종이 늘어나는 건 기후변화의 분명한 영향"이라며 특히 기온이 높고 해외 여행객 유입이 많은 제주도가 새로운 종 유입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3년엔 동남아에 주로 서식하는 숲모기의 일종(Aedes Laniger)이 서울대 연구진에 의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발견된 바 있다.
한반도 기온은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0여년간 1.6도 상승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