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수준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근래 들어 건보 당국이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 완화 조처를 잇따라 내놨지만 외국인은 배제되면서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내국인 지역가입자보다 상대적으로 과중한 건보료를 부담,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건보 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건보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는 2021년 11만8천180원, 2022년 12만4천770원, 2023년 12만7천510원, 2024년 13만3천680원 등으로 매년 올랐다. 올해는 13만5천280원으로 뛰었다.
반면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월평균 건보료는 2020년 9만864원, 2021년 9만7천221원에서 2022년 9만5천221원, 2023년 8만7천579원, 2024년 8만2천186원 등으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외국인 지역가입자와 전체 지역가입자 간 건보료 격차는 매년 벌어지더니 2024년을 기준으로 1.62배에 달했다.
이렇게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건보료를 내는 것은 이들에게 불리한 건보 당국의 보험료 부과 조치 때문이다. 건보 당국은 2019년 1월부터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개별 산정 보험료가 전년도 건보 전체 가입자(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에 못 미치면 바로 그 평균보험료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게다가 건보 당국은 1999∼2018년 기간엔 직장가입자를 뺀 전체 지역가입자만으로 평균보험료를 계산했지만, 2019년부터는 직장가입자를 포함한 모든 건보 가입자로 확대해 평균보험료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당연히 평균보험료 수준 자체도 올라갔다.
건보 당국은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재산과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워 적정 보험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런 연유로 인해 대부분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최소한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산정보험료가 평균에 못 미친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평균보험료를 부과하는 사례는 해외에선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이처럼 보험료에서 차별받을 뿐 아니라 세대원 인정 범위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내국인은 세대주와 동일 세대로 인정받는 범위가 직계존비속, 미혼인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으로 폭이 넓다. 하지만 외국인은 원칙상 개별 외국인을 하나의 세대로 간주하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동일 세대원으로 제한한다. 이 때문에 부모나 성인 자녀 등과 함께 사는데도 이주노동자 각자에게 1인당 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가 부과되면서 직계존속과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이주민은 생계는 물론 체류 자체를 위협받는 실정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건보료 체납 처분에서도 이유 없이 내국인과 달리 취급받는 등 평등권을 침해받는다.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보험료를 체납하면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가 중단돼 건강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를 체납하더라도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분할납부를 통해 1회 이상 체납 보험료를 내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제도 적용 차별은 의료취약계층인 이주민의 건강과 생계, 체류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건을 완화해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합리성과 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