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개헌안 발의선인 의석수 3분의 2를 훌쩍 넘게 됐다.
일본에서는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중의원 전체 의석수는 465석이며 개헌안 발의선은 310석이다.
9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316석,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36석을 얻었다. 여기에 개헌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제2야당 국민민주당과 우익 성향 야당 참정당도 각각 28석, 14석을 확보했다.
개헌에 우호적인 이들 정당의 의석수 합계는 310석을 훨씬 상회하는 394석이다. 선거 직전에는 261석이었다. 이날 오전 4시 기준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의석은 1석뿐이어서 향후 의석수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작년 10월 새로운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향후 개헌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당은 당시 합의서에서 헌법 9조와 긴급사태 조항 관련 개정을 위해 조문 기초(起草·초안을 잡음) 협의회를 설치하고, 국회 헌법심사회에도 조문 기초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자민당은 총선 이후 중의원 헌법심사회장 자리를 탈환해 헌법 개정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헌법 9조는 이른바 평화헌법 핵심이다. 헌법 9조에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이 담겼다.
긴급사태 조항은 대규모 재해나 무력 공격, 대규모 감염증 등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 긴급 정령을 국회 의결 없이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개헌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헌법 9조다. 자민당은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서 "우리나라(일본)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격동하는 지금, 시대에 맞게 현행 헌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내각의 액셀을 자임하는 유신회는 더 나아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삭제, 집단 자위권 용인과 국방군 존재 명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중에서 개헌에 긍정적인 국민민주당은 자위권 행사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총선 공약에 담았고, 참정당은 자위권을 위한 군대 보유를 명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중도개혁 연합은 헌법 9조 변경에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산당, 레이와신센구미, 팀미라이 등 나머지 군소 야당들도 헌법 개정에 반대하거나 평화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면서 헌법 9조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고, 실제로 개헌이 이뤄진다면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80여년 만에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개헌과 관련해 2028년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참의원에서도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수는 전체 248석 중 12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국민민주당과 참정당 의석수를 합해도 3분의 2를 채우지 못한다.
따라서 여당 중심으로 힘있게 개헌을 추진하려면 참의원에서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개헌 논의가 빨라질 수는 있지만, 참의원에서도 개헌 세력이 3분의 2를 차지하지 못하면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헌은 아베 전 총리 유산이자 일본 우파들의 염원"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는 반드시 개헌 의지를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 연구위원은 "2028년 참의원 선거 때는 다카이치 내각에 힘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헌법 구조를 둘러싼 정당 간 인식 차도 커서 개헌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