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노동시장에서도 해고율과 채용률이 동시에 낮아지는 저해고·저채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의 노동비축, 대외 불확실성 확대, 인공지능(AI) 확산, 인구구조 변화 등이 맞물리며 노동 이동성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10일 '우리나라에도 저해고·저채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노동시장에서 먼저 뚜렷하게 나타난 저해고·저채용 현상이 국내에서도 2023년 이후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고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채용률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비자발적 이직과 신규채용이 동시에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경으로는 기업의 노동비축 행태가 지목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극심한 구인난을 경험한 기업들이 경기둔화 국면에서도 인력 감축보다 기존 인력 유지에 나서면서 해고와 채용이 함께 줄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여기에 통상 환경과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인력 운용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AI 확산도 신규채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반복적 업무를 대체하는 AI 기술이 빠르게 퍼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채용 유인이 약화되고, 특히 AI 노출도가 높은 지식기반서비스업에서 채용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인구구조 변화가 저해고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노동공급의 중심이 청년층에서 장년층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질수록 기존 인력을 붙잡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임시일용직, 300인 미만 사업장 등 취약 부문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은은 봤다.
저해고·저채용 환경은 자발적 이직도 위축시킨다. 기업들이 기존 인력을 유지하면 빈 일자리에 대한 대체수요가 줄어들고, 그 결과 노동시장 내 이동성과 순환이 함께 둔화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실업률과 취업자 수가 양호하게 보이더라도 노동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유휴인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특히 청년층과 실직자 등 취약계층의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신규 진입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이들이 더 높은 장벽에 직면하게 되고, 경기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기업들이 채용을 더 줄이게 되므로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더욱 제약될 수 있다 것이다. 한은은 "이 같은 흐름이 취약계층의 인적 자본을 훼손하고 장기적으로는 고용 가능성을 낮추어 구조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