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가 남미 음악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를 잇따라 가동한다. 글로벌 음악 시장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라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언어와 장르, 거점을 분산한 ‘멀티 홈·멀티 장르’ 전략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언어, 다지역 기반으로 확장하는 행보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두가지다. 먼저 라틴 밴드 오디션 ‘파세 아 라 파마(PASE A LA FAMA, 스타가 되는 길)’가 오는 8일 첫 전파를 탄다. 밴드를 구성하기 위해 멤버들을 선발하는 과정이 NBC유니버설의 스페인어 방송사 텔레문도(Telemundo)를 통해 방영된다. 이 오디션에는 멕시코, 스페인,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들이 경쟁을 펼치고 최종 세 팀이 선발될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도전기를 방송을 통해 지켜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라틴 보이그룹 결성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곧 공개된다. 이 오디션에는 라틴 아메리카와 미국 전역에서 모인 지원자 중 300명의 후보가 선정됐다. 최종 16명의 결선 진출자가 멕시코에 위치한 합숙소에서 집중 트레이닝을 받는다.
두 오디션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참가자들이 멘토십이 포함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훈련을 통해 아티스트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K팝 방법론을 라틴 음악 장르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다.
하이브의 라틴 지역 공략은 영어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글로벌 아티스트 제작 역량을 스페인어 기반 지역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중심의 K팝 제작 공식을 넘어 다언어·다거점 기반의 멀티 홈·멀티 장르 체계를 본격화한 것이다.
하이브는 이번 라틴 오디션을 통해 아시아·미국·라틴 삼각 축을 잇는 글로벌 라인업을 완성하게 될 전망이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K팝 아티스트와 일본 현지화 그룹 앤팀(&TEAM), 영어권의 캣츠아이에 이어 다수의 스페인어 기반 아티스트까지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하이브가 라틴 시장에 공들이는 이유는 성장속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24년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전년 대비 22.5% 성장했다. 15년 연속 성장세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성장률 4.8%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가 자리잡은 멕시코는 세계 10대 음악 시장에 신규 진입할 만큼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또한 라틴 음악은 남미와 미국 본토를 동시에 공략하는데도 강점이 있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65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5%를 차지한다. 미국 내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숫자가 많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 증가 속도 역시 비히스패닉 인구 증가속도의 9배에 달한다. 라틴 음악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 하나로 두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내 라틴 음악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음반산업협회(RIAA) 조사에 의하면 미국 내 라틴 음악 수익은 2022년 10억 9000만달러(1조 5000억원), 2023년 14억 달러(1조 9000억원), 2024년 14억 2천만 달러(2조원)로 집계됐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배드 버니(Bad Bunny)와 콜롬비아 출신의 카롤 G(Karol G) 등 아티스트들은 스페인어 곡으로도 미국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가종현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 CEO는 “하이브가 보유한 최고 수준의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글로벌 라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이번 오디션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브는 아시아, 영어권, 스페인어권을 연결하는 삼각 축을 강화하며 글로벌 사업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2023년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레코딩, 음원 퍼블리싱,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공연 기획 등 음악 전반에 걸쳐 활동해 온 엑자일 뮤직을 인수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