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 시중은행들이 기다렸다는 듯 예금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주요 인터넷 전문은행, 일부 저축은행까지 수신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면서 예금금리 하락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2일부터 거치식 예금 5종의 금리를 최대 0.20%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퍼스트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연 2.15%에서 2.05%로, 온라인 전용 상품인 e-그린세이브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2.60%에서 2.50%로 각각 내려갔다.
NH농협은행도 같은 날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0.25~0.30%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를 0.25~0.30%포인트, 청약 예금과 재형저축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낮췄다.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을 신속히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예금금리 인하 대열에 빠르게 합류했다. 토스뱅크는 기준금리 인하 다음 날인 5월 30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내렸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토스뱅크 통장, 토스뱅크 모으기, 이자 받는 저금통, 나눠 모으기 통장, 모임 금고의 기본금리는 연 1.80%에서 1.60%로 0.20%포인트씩 낮아졌고, 적립식 예금인 토스뱅크 자유적금과 아이적금(12개월 만기)의 기본금리는 연 2.80%에서 2.50%로 0.30%포인트 인하됐다.
케이뱅크도 같은 날부터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와 코드K정기예금 금리를 각각 최대 0.10%포인트 내렸다. 플러스박스 금리는 5천만원 이하 연 1.90%, 5천만원 이상 연 2.40%로 각각 0.10%포인트씩 하락했다. 코드K정기예금 6개월 만기 금리는 연 2.70%에서 2.60%로, 12개월 만기 금리는 2.80%에서 2.75%로 조정됐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달 31일부터 예금금리를 내렸다. 모으기 규칙을 설정할 수 있는 기록통장,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 개인사업자 전용 입출금상품인 부가세박스 등 수신상품 3종의 기본금리가 기존 연 1.80%에서 1.60%로 0.20%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을 신속하게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연 2.15~2.85% 수준으로 떨어졌했다. 한때 3%대 금리를 제공하던 상품도 이제는 3%에도 못 미치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예금금리만큼 빠르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산정에 시장금리, 코픽스, 가산금리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고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출금리 하락 폭을 예금금리보다 작거 하거나 금리 조정을 뒤로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 '꼼수 인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5~1.5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여전히 최대치 수준에 해당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예금금리에는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여러 시장 요인과 시차로 인해 조정이 더디게 나타난다”라며 “예대금리차 확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