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함에 따라 전체적인 입시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상위권 자연계열 수험생은 의대와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에 중복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합격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 1곳을 정하면 대기 순번을 받은 학생이 그 자리를 채우는 연쇄 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2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전형에서는 모집 정원(250명)의 120.5%에 해당하는 312명이 추가 합격했다.
1차 합격자 전원과 추가 합격자의 20%가 모두 서울대나 다른 대학 의·약대 등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는 같은 해 연세대 인문대 논술 전형에서는 모집 인원 96명 가운데 단 1명(경제학부)의 추가합격자가 생긴 것과 대비된다.
대입 규정상 수험생은 수시 모집에서 총 6번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은 의·약학계열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에 함께 지원한다. 따라서 연세대 자연계열 수시에 합격한 학생은 다른 대학 의대나 서울대 자연계열 등에 동시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종로학원의 분석을 보면 2024학년도 '메디컬학과'(의대·치대·한의대·약대)가 있는 99개 대학의 수시모집 추가 합격자는 3천333명이었다. 이는 선발 인원의 101.3%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약대의 추가 합격자 비율이 106.7%로 가장 높았고, 한의대(101.3%), 의대(99.2%), 치대(97.8%) 순이었다.· 추가 합격자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중복 합격된 수험생이 많이 나와 합격자가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대기자가 채우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이뤄졌음을 말해준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이번 연세대 자연계 논술시험 효력 정지는 의대부터 중위권 대학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입시업체의 관측이다.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 달 13일까지 논술 관련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연세대를 포함해 여러 대학에 중복 지원했던 수험생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년도의 경우 연세대를 중심으로 많게는 1천명이 연쇄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며 "서울대와 의대부터 중위권 대학까지 포괄적으로 영향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연계열 수시 선발인원(261명)을 정시로 이월할 경우에는 문제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임 대표는 평가했다. 임 대표는 "정시에서 증원된 의대 인원이 300여명인데 거의 이에 준하는 인원이 정시로 넘어온다면 정시 입시에 대대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영향력은 수천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