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는 왜 '십자포화'가 쏟아질까

 

100억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이 연일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그간 유난히 대형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점, 제도개선을 통해 엄격한 내부통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또 사고가 터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일 만큼 우리은행, 더 나아가 우리금융지주는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 먼저 우리은행을 향한 쓴 소리, 경고부터 들어보면 이렇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가진 후 “필요 시 현재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본점까지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단순히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 단계의 관리 실패를 점검하고 있다”면서 “영업점 일선에서의 방어 체계, 본점 여신, 감사단 소위 3중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본점의 문제가 있다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금감원은 사고 지점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본점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인원도 6명에서 9명을 늘렸다. 7월 초까지로 잡고 있던 검사 기한 또한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느 때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치권도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심 수준을 넘어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옳은 상황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금감원을 통해 우리은행 임직원 횡령 사고 관련 내역을 받아본 결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3건의 횡령 사고가 터졌다"며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금융업권의 횡령에 대해 반드시 철저한 관리·감독과 CEO(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특히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최고 책임자인 임종룡 회장에게 강력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의 최고경영진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물론 제재는 검사결과가 나온 후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영진들에 귀책 있음이 아직 드러나지도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도 여론은 이들 최고경영진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특히 언론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왜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우리금융의 경영진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우리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의 인사 ‘난맥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임종룡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고 하지만 공무원 출신으로서 누가 봐도 ‘낙하산 인사’로서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앉았다. 


임 회장 선임과 동시에 특정 대학 출신의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외부 영입 인사도 학연과 묶여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인사철만 되면 유난히 우리금융 쪽에서 많은 잡음이 흘러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경영진들이 경영을 제대로 했을까, 현장을 제대로 챙겼을까’ 하는 의구심이 이번 금융사고를 계기로 다시 불거져 나왔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연고와 줄대기로 이뤄진 인사는 1년 후 연임을 위해 선임과 동시에 또 다시 ‘정치게임’을 벌이게 마련이다. 그런 일들이 우리금융에서 이뤄지고 있었다고 시장은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직원들이 익명 앱 ‘블라인드’에 올린 글들을 보면, “내부통제조차 쓸모 없게 만드는 인사배치, 우리끼리 해먹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또 다른 이슈는 평판리스크 관리 문제이다. 회사의 평판은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고, 쌓이고 쌓여야만 신뢰를 획득한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작년 초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언론과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부 언론의 부당한 광고 요구, 또는 협박에 응하지 않고 정도를 걷겠다는 태도, 일종의 사명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대응이 대다수 언론을 적대하고 멀리하는 정책으로 인식됐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언론은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멀리 해서도 안 되는 존재이다. 우리금융 경영진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아쉬운 점은 언론에 대한 그런 대응의 다른 한편으로 회사의 전략과 정책을 알리고, 그를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언론의 신뢰를 얻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였느냐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스크립트 등 기본적인 업무를 챙겼는지 의문이 든다. 아울러 평판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적극적인 일들을 해왔는지, 상당수 언론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대다수 언론들이 그럴지 모른다. 평소 언론관계가 그러했다면, 이런 금융사고 발발 시 언론은 과도할 정도의 초점으로 경영진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경영진 입장에선 자신들을 향한 ‘언론의 십자포화’에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 또한 경영의 결과물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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