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노트] 모던락을 인디트랜드로 '델리스파이스'

 

[라온신문 김소민 기자] 인디음악이 헤비메탈과 펑크 일색이라는 대중의 편견을 깨고 델리스파이스는 모던 록을 들고 나타났다. 록의 기본 정신인 시대에 대한 냉정한 비판, 진취적인 면모는 유지하되, 멜로디를 중시하고 규격화되지 않은 비정형성을 더한 것이 모던 록이다. 흔히 무정형, 감수성 위주의 음악이라고도 한다. 

 

정제된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모던 록은 단순한 구성과 깔끔한 사운드를 포함한다. 델라스파이스는 팝적이고 쉬운 멜로디에 기타가 어우러져 섬세하고 서정적인 ‘차우차우’로 홍대 씬에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대중들에게 시대의 뮤지션임을 각인시켰다.

 

델리스파이스는 멤버 결성 과정부터 인디 정신 그 자체였다. 1995년 PC통신 하이텔 게시판에 ‘U2와 R.E.M.과 같은 음악을 하려고 한다’는 광고를 게시해 멤버들을 모집하고 밴드를 결성한 일화로 유명하다. 데뷔앨범 <Delli Spice>에 수록된 ‘차우차우’ 한 곡만으로 전설이 된 이들은 인디 장르 중에서도 마이너하게 취급받던 모던 록을 시도했다. 

 

'한국에서 모던 록은 성공할 수 없다'던 평론가들의 비난이 무색하리만큼 '차우차우'는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와 함께 한국 인디의 송가, 1세대 인디 대표곡으로 인정받는다. 동시에 델리스파이스는 홍대의 한국 인디 존재를 국외에 알리며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신으로부터 1990년대 인디신을 일궈낸 대표 뮤지션이 됐다. 데뷔 음반 하나로 한국적인 어법의 모던 록 스타일을 선보이며 '한국의 모던 록'이라는 인디 트렌드를 창출한 것이다. 

 

‘차우차우’는 모던 록의 흐름이 생겨남을 알린 곡으로 기타의 단순한 프레이즈와 반복적인 가사로 특별한 감수성을 만들어냈다. 당시 자신들을 비판하던 주변인과 미디어를 향한 분노가 담겨있다. 
 
드럼이 레이 백 없이 계속 미는 느낌으로 스트레이트 8비트의 리듬으로 연주하며, 기타는 인트로의 연주를 벌스에서 코러스까지 동일한 코드로 연주하는데, 코러스가 나오는 부분에 기타 솔로처럼 등장해 밋밋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했다. 리드기타는 디스토션으로 솔로 연주를 한 후, 나중에 옥타브를 전조 시켜서 솔로 연주를 한다. 건반은 코러스 부분에서 옥타브 라인을 쳐서 조화를 이루며, 보컬은 모던 록답게 담담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4월 델리스파이스가 1997년 내놓은 데뷔앨범 ‘Delli Spice’가 LP로 재발매됐다. 뉴트로 리셀 문화에 관심을 두는 MZ세대에 뉴트로 굿즈로 LP 열풍이 불고 있다. 델리스파이스 차우차우를 LP 음원으로 다시금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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