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을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어원을 살펴봐야 한다. '인디'는 '독립적인'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Independent’에서 유래했다. 한마디로 인디음악은 독립적인 성향을 지닌 음악이다. 하지만 어떤 대상에 대해 독립적인지가 중요하다. 인디음악이란 대형기획사나 거대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음악가 또는 밴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한 음악을 말한다. 즉, 하나의 장르로 범주화되기보다는 독립적인 자본 유통구조를 통해 생산된 모든 음악을 뜻한다. 인디 뮤지션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적 개성을 마음껏 표출한다. 또 인디음악은 대중음악과 차별화를 두고 대중음악을 벗어난 대안 음악으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소비자는 대중문화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 여기서 다양함이란 단순히 이 음악도 듣고 저 음악도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존의 대중음악이 가진 통속성을 탈피한 음악이 새로운 대세로 등극해 왔다. 획일화된 음악은 정체된 음악이고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실험적인 인디음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혁신적인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제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이랑’은 수상소감으로 “지난달 수입이 42만원이더라. 음원 수입이 아니라 전체 수입이다. 이번 달에 고맙게도 96만원”이라며 구체적인 수입을 언급했다. 이어 상금이 없어 아쉽다며 자신의 월세 50만원에 트로피를 경매에 붙여 파는 획기적인 수상소감을 벌였다. 이런 퍼포먼스에 예술 시상식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일부 비판적인 견해도 있었지만 명백히 창작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대다수의 인디 아티스트의 현실을 대중들에게 고발하는 의미있는 행위였다. 이에 정부는 인디 뮤지션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시작한 ‘해외 진출 온라인 홍보 지원’ 사업은 인디 음악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유명 아이돌이 선정돼 논란이 됐다. 지난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예술분야긴급지원을 위해 ‘2020년 공연장 대관료 지원 공모’를 했고 선정 단체를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 공지와는 달리 음악 혹은 공연 분야에 선정
“요새는 취직보다 본인 일 하려고 많이 배워요. 음악하는 사람도 많아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못 하니까. 일은 해야 하는데 방법이 뭐 다른 게 있나.” 마포구 소재 컴퓨터학원 강사 김모(42)씨는 지난 5월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유튜브 크리에이터 : 영상편집과정’ 수강생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취업 스펙 확보의 일환으로 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강했던 과거 양상과 달리 1인 미디어 유튜브 영상편집을 희망하는 수강생이 늘었다. 그중에는 홍대 인근에서 공연하던 뮤지션도 다수 포함돼 있다. ▉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 문화 침체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는 소규모 무대는 인디밴드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팬은 가까운 거리에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공연 문화는 활기를 잃었다. 인디 가수가 포함된 중소레이블은 아이돌이나 인기 가수의 앨범 발매와 달리 대부분 수익이 공연에 집중돼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무대가 가로막히자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또 자본·기술·팬덤 3박자가 필수적인 유료 ‘온택트(On-tac
█ ‘음반구입’이 아닌 ‘음악재생’의 시대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소지하게 됐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음악은 더 이상 앨범을 직접 구입해서 듣는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플레이해 제한없이 듣는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서로의 취향과 음악에 대한 평가 및 리스트를 공유하고 음악권리사인 뮤지션과도 소통한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모든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앨범 플랫폼이 생겨났다. ‘플럭서스 뮤직’과 ‘큐박스’가 공동 설립한 ‘바이닐(bainil)’이다. 과거 자본이 들어가야 재작했던 앨범은 모바일 형태로 바이닐에서 제작된다. 간단한 음원 등록 시스템을 통해 쉽게 앨범을 등록 및 제작하고 자신의 음악을 전 세계에 직접 홍보할 수 있다. 이는 창작의 고통보다 더 힘든 앨범의 제작, 홍보, 유통의 장벽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열쇠인 셈이다. 과거 여러 곡을 정규 앨범 형태로 한 장의 CD에 담아내던 흐름과 달리 지금은 싱글앨범이나 미니앨범의 짧은 순환 주기로 팬들과 자주 접하고 있다. 따라서 팬들에게 새 앨범을 자주 발표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더 많이 홍보할 수 있다. 또 CD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가사,
모든 인디문화는 상업적인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에 근원을 둔다. 또 음악, 미술, 연극을 망라하고 주류보다 창의·실험적이며 반문화적 차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인디뮤직 역시 대형기획사 주도하에 기획되는 스타상품에 반해 그들만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예술적 문화의 영역을 구축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유로 상업적 성공 확률이 희박하며 인디 뮤지션 개인의 삶 또한 상당수 비참하다. 열악한 음악창작 환경과 활동환경에 생활고까지 겪는다. 2011, '대중문화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실질적이지 못한 지원 정책 문화적으로 인디음악이 지닌 문화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궁핍한 삶 때문에 많은 뮤지션이 그들의 예술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도입된 ‘인디레이블 육성지원사업‘은 2007년도에 폐지돼 제대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 2011년 정부가 ‘대중문화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주 1회 정기 인디음악 공연, 인디음악 경연대회 지원, 홍대 클럽의 활성화의 항목이 들어있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방안은 정부의 양적 수치적 보고서를 위한 탁상공론적 발상에 그쳤다. 정작 인디업계의 창작활동환경
(사진=심현영 기자) 네이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바이브(VIBE)가 운영하는 ‘뮤지션리그’가 인디음악계 구세주가 되고 있다. 뮤지션리그는 음악 창작자를 위한 공간으로,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앨범 발매 여부도 무관하다. 이는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행태와 현격히 대조되는 행보다. 음반 위주 음악 산업이 음원 시장으로 바뀌면서 뮤지션보다는 음원사이트가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음악을 ‘소장’했다면 오늘날은 ‘소비’의 시대다. 음반이 음원으로 바뀌면서 음악 시장은 급변했고 소비자의 소비형태도 달라졌다. 소비자는 더이상 CD, 테이프 등 피지컬 앨범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음악감상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특정 곡이 주요 음원사이트에 오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다. 실제 음악을 만든 제작자·뮤지션을 일컫는 ‘음원권리사’가 주요 음원 서비스업체에 곡을 등록·발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원 유통사를 거쳐야 한다. 이는 예외가 없다. 음원 공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 유통업체나 음원기획사와 계약해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로 인해 음원권리사는 부당한 수익분배에 속수무책으로 당
여성의 경우 직업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젠더의식의 부재는 여전히 만연하다. 인디신에서도 유독 여성 인디 뮤지션에게는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왔다. 남성 뮤지션은 ‘남성 뮤지션’이라 부르지 않는데 왜 여성 뮤지션만 ‘여성 뮤지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강조하는지 의구심을 품어봤다면 독립 음악 산업 구조 속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10여 년간 사용돼 온 ‘홍대 여신’은 인디신 내 여성의 입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식어다. 이는 뮤지션의 다양한 모습과 전문적인 음악성을 ‘여신’이라는 외적 평가요소로 압축한 전형적인 대상화다. 이런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뮤지션과 그 음악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라온미디어는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여성을, 그중에서도 음악성을 조명하는 별도 섹션을 마련하고 실력파 뮤지션을 발굴한다. [편집자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뮤지션들을 소개한다. (사진=지니뮤직) ■ 박문치 90년대 감성을 탁월하게 재해석한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지난 2017년 발표한 ‘울희액이’가 레트로 스타일에 B급 정서를 더한 음악으로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
훈스는 보컬 이상훈과 건반, 코러스의 이종훈으로 구성된 동갑내기 인디 듀오다. 2016년 싱글 ‘너에게 난’으로 데뷔해 ‘내가 싫어진 거 알아’ ,‘단짠단짠’,‘이 별은 지나가는 중입니다’ 등을 발표했다. 2018년 발표한 EP [90 BPM] 수록곡 ‘얘가 이렇게 예뻤나’는 유명 작곡가 박근태가 곡을 쓰고 훈스의 두 멤버와 싱어송라이터 스무살이 함께 가사를 썼다. 드럼의 킥 사운드를 통해 심장 박동 소리를 재치 있게 표현했고, 감미로운 멜로디 라인이 리스너들의 연애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는 곡이다. 너 오늘 화장한 거니 머리를 새로 한 건가 뭐야 낯설게 멀리서 손을 흔들며 내게 뛰어오는 너 이렇게 예뻤나 Sunshine in my eyes 눈이 부시게 활짝 웃는 너를 본 그 순간 Shine in my eyes 기분 탓이겠지 내가 널 아닐 거야 ■ 로맨스 곡의 장인 참깨와 솜사탕 <좋아하나봐> 2010년 데뷔한 참깨와 솜사탕은 최기덕, 박현수, 유지수로 결성된 혼성 인디 밴드다. ‘넌 내가 얼마나 안고 싶은지 모르지’, ‘키스미’ 등 사랑스러운 가사와 달콤한 곡으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참깨와 솜사탕은 2018년 발표한 ‘좋아하나봐’로 로맨
직업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젠더의식의 부재는 전 분야에 걸쳐 만연하다. 인디신에서도 유독 여성 인디 뮤지션에게만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남성 뮤지션은 ‘남성 뮤지션’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왜 여성 뮤지션만 ‘여성 뮤지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강조할까. 잠깐이라도 의구심을 품어봤다면 독립 음악 산업 구조 속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10여 년간 사용돼 온 ‘홍대 여신’, ‘홍대 미녀’ 등은 인디신 내 여성의 입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식어다. 이는 뮤지션의 다양한 모습과 전문적인 음악성을 ‘여신’이라는 외적 평가요소로 압축한 전형적인 대상화다. 이런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뮤지션과 그 음악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과 젠더라는 주제는 지난 2017년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이후 본격화됐다. 미투 운동은 성폭행·성희롱을 여론의 힘으로 결집해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후 대다수 분야에 걸쳐 젠더 감수성의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페미니즘을 파헤쳐보니 어느 분야에나 ‘여성’이라서 겪는 차별이 있
인디음악(Independent music, indie)이란, 메이저와 주류와는 다르게 독립적인 제작, 유통, 홍보하는 뮤지션의 음악이며 주류와는 다른 독창성과 예술성이 그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 이 주류 문화의 획일화 현상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주류 대중음악 시장은 이미 대형 기획사의 기획형 음악으로 일찌감치 획일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음악의 장르 편중 현상, 다양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디음악의 활성화가 더욱 절실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인디 음악의 획일화에 대한 음악계의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 불안정인 수입구조 살아가면서 경제적 안정적 수입구조는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에서 인디뮤지션은 절대 자유롭지 않다. 경제 불안정으로 인한 인디 뮤지션들의 불안감은 음악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왔고 이들의 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인디 문화가 형성됐다. 자발성은 인디음악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힘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디음악에는 주류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도 주류에 속해야만 일정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식이 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