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뒷걸음질만 치던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지표에 파란불이 켜졌다. 개선되는가 싶다가도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하며 우려를 낳았던 노인 빈곤 문제가 2024년 들어 눈에 띄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노인빈곤율(상대적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35.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3년의 38.2%와 비교했을 때 2.3%포인트(p)나 낮아진 수치다. 노인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빈곤층이었던 상황에서 이제는 3.5명 수준으로 줄어들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대적 빈곤율은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전체 노인 인구 중에서 소득 수준이 우리 사회 중간 정도 되는 사람 소득의 딱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즉 우리 사회의 표준적인 생활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의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조사에 쓰인 처분가능소득은 나라에서 받는 연금이나 각종 보조금을 합치고 세금 등을 뺀 금액으로 실제 어르신들이 주머니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 2년 연속 상승세 꺾고 30% 중반대로 진입
이번 하락은 지난 2년간의 역주행 끝에 나타난 결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20년 39.1%로 처음 30%대에 진입하며 희망을 보여줬다. 2021년에는 37.6%까지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2022년 38.1%로 다시 오르기 시작하더니 2023년에는 38.2%까지 오르며 2년 연속 상황이 나빠졌다. 다행히 2024년 조사에서 35.9%라는 의미 있는 수치가 나오면서 3년 만에 다시 하락세로 반전에 성공했다.
◇ 정책 지원이 빈곤 완화 견인 시장소득과의 격차 확대
이번 통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표는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의 차이다. 2024년 노인들의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은 54.9%에 달했다. 시장소득은 국가의 도움 없이 어르신들이 스스로 벌어들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을 말한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노인 2명 중 1명 이상이 빈곤한 셈이다. 하지만 세금이나 공적연금 등을 거친 후의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은 35.9%로 뚝 떨어진다. 정부의 기초연금이나 각종 복지 정책이 어르신들의 빈곤을 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2023년과 비교해 보면 이런 정책 효과는 더욱 뚜렷해진다. 2023년에는 시장소득 빈곤율(55.5%)과 처분가능소득 빈곤율(38.2%)의 격차가 17.3%p였다. 그런데 2024년에는 시장소득이 54.9%로 소폭 개선되는 동안 처분가능소득은 35.9%로 훨씬 더 많이 개선되면서 그 격차가 19%p로 벌어졌다. 이는 어르신들이 스스로 버는 돈보다 국가가 지원해주는 소득 보전의 힘이 빈곤 탈출에 더 큰 힘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 개선세에도 여전히 높은 노인빈곤 수준…구조적 해결 과제는 남아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지표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개선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선 조사에서 확인되었듯 우리나라 노인 빈곤 문제는 OECD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 노인의 경우 남성보다 빈곤율이 월등히 높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빈곤의 늪은 더 깊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 빈곤율 하락의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런 긍정적인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인구 구조가 급격히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노후 소득 보장 체계의 허점을 메우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공적 이전소득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할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