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은행의 예금금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은행 예금의 매력도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내리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9일부터 3개 정기예금(거치식 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상품·만기·이자지급 방식에 따라 연 0.10∼0.2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KB스타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2.40%에서 2.15%로 낮아지고, 3년 이상 맡겼을 때 적용되는 최고 기본금리도 2.40%에서 2.20%로 하향 조정된다.
IBK기업은행 역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 주요 상품의 금리를 0.20~0.25%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IBK평생한가족통장(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2.45%에서 2.25%로 0.20%포인트 내리고, IBK중기금로자우대적금(정기적금) 기본금리도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한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지난 2일부터 거치식 예금 5종의 금리를 최대 0.20%포인트 내렸고, NH농협은행도 같은 날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0.25~0.30%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를 0.25~0.30%포인트, 청약 예금과 재형저축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낮췄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토스뱅크는 기준금리 인하 다음 날인 5월 30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대표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현재 2.50~2.85%로, 2022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상당수 상품의 기본금리는 한은 기준금리(2.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5대 은행의 최고금리(2.58~3.10%)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상단과 하단이 각각 0.08%포인트, 0.25%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예금금리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예금 이자에 의존하는 고령층은 수익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젊은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적극적으로 자산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는 신규 투자자 유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한 예금금리 하락은 불가피하다"라며 "예금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자금이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오는 9월부터 저축은행, 신협 등 2금융권의 예금자 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2금융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은 2금융권의 경쟁력을 높여 은행 예금에서의 자금 이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예금자들이 금리 변동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는 예·적금 만기 시기를 분산하거나, 금리가 높은 특판 상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또한 투자 성향과 리스크 허용 범위에 맞춰 다양한 금융상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