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도 예금금리 하락…은행 이익만 ‘쑥쑥’

예금금리 2%대 진입…정기예금 매력 급감
이창용 총재 “예금•대출 금리 괴리, 소비자 체감 제한적”

 

한국은행이 17일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 환율 불안, 가계부채 증가 등 복합적 요인 속에 추가 인하 대신 관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동결과 무관하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금융소비자 체감과 정책 효과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하락은 매우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5년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한 달 전만 해도 연 3%대 상품이 일부 남아 있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2.15~2.9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3월 말 기준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2.80~3.10%로,2주 전(2.90~3.30%)과 비교해 하단이 0.10%포인트, 상단이 0.20%포인트 낮아지는 등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 같은 예금금리 하락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연이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최근 한 달 사이 정기예금 금리를 0.30%포인트씩 인하했고,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역시 3%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 4%대까지 올랐던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현재는 3%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정기예금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2024년 12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한 달 전보다 약 21조 원이 감소하는 등 대규모 자금 유출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75조 원 증가했던 정기예금 잔액이 최근 들어 급격히 감소한 것은 금리 하락과 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자산 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대출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는 8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38%포인트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권 수익성 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예금 이자 수익 감소와 대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2.15~2.75% 수준까지 떨어졌고, 적금 금리 역시 2%대 초중반까지 내려갔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는 4%대를 유지하거나 일부 은행에서는 가산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권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들은 예대금리차 확대 덕분에 2조원이 넘는 추가 이자수익을 거뒀고,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조8,8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이자수익 중심의 ‘이자장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은행권이 예금금리 인하를 더 빠르고 크게 반영하면서 예대금리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대금리차 확대가 장기화되면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은 물론, 전반적인 소비 여력까지 위축될 수 있다”라며 “은행권의 단기 이익 중심 경영이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와 예대금리차 축소를 주문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관리와 대출총량 규제 등으로 실질적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 한 예대금리차 확대와 소비자 부담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괴리,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현재 기준금리는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실제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변동에 신속하게 반영되는 반면, 대출금리는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 우대금리 축소,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 여러 요인으로 하락 속도가 더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물가와 성장만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의 우려가 남아 있어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로 원활하게 파급되면 가계와 자영업자 등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대출금리 하락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도록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발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라며, “환율, 자본 유출입, 가계부채 등 다양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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