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수단 오지 톤즈 마을에서 의료, 교육 봉사를 하다 세상을 떠난 이태석(1962∼2010) 신부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바티칸에서 다시 살아난다.
사단법인 이태석재단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기간인 오는 2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바티칸 시노드홀 2층에서 영화 '부활'을 상영한다고 22일 밝혔다.
부활은 이 신부의 숭고한 삶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의 후속작으로 이 신부의 사랑으로 자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울지마 톤즈가 2011년 한국 영화 최초로 바티칸에서 상영된 데 이어 후속편도 가톨릭 성지에서 상영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울지마 톤즈, 부활을 모두 연출한 구수환 이태석재단 이사장은 이번 상영회의 파급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기대했다.
울지마 톤즈가 교황청의 공식 기자회견장인 바티칸 성 비오 10세 홀에서 교황청 고위 인사 등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상영된 데 반해 부활은 바티칸에 모인 전 세계 주교 시노드 참석자를 대상으로 상영되기 때문이다.
시노드는 가톨릭교회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는 회의로, 이번 주교 시노드에는 전 세계 110여개국에서 총 368명의 대의원이 참가했다.
구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다녔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시노드 사무국에서 '이 영화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장소 섭외 문제는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의 도움으로 해결됐다. 유 추기경은 "시노드에서 찾는 모든 대답이 이태석 신부의 삶에 담겨 있기에 (영화 상영이) 시노드의 취지와도 일치한다"며 "얼마만큼 많은 사람이 보러 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태석재단은 바티칸 상영에 맞춰 영어 더빙 작업을 마쳤다. 또한 시노드 사무국의 요청으로 영화 팸플릿 500부를 제작했다. 시노드 참석자를 최대한 많이 초대해 이태석 신부의 삶을 각 나라에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도 교황청 주재 각국 대사 등 참석자 초청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교황청립 라테라노대에서 부활 특별 상영회를 주최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사를 통해 "살레시오 선교사이자 의사인 요한 이태석 신부가 톤즈에서 펼친 활동이 각자의 복음적 열정과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용기를 되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사제의 모범을 따라 그의 귀중한 영적 유산이 신앙의 길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영감과 지원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인제대 의과대 졸업 후 다시 가톨릭대학에 들어가 로마 유학을 거쳐 2001년 39세 나이로 김수환 추기경에게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곧바로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로 나갔다.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병원을 직접 세우고 한센병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진료하면서 한편으로는 학교 기숙사를 지어 어린이를 가르치고 악단을 만드는 교육활동도 펼치다 대장암에 걸려 선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