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2개월 연속 상승하며 ‘역주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표금리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가산금리 조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차주들의 금리 부담은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5년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6%로 지난 6월(3.93%) 대비 0.03%포인트(p) 올랐다. 고정금리 주담대는 3.95%로 0.03%p 상승했고, 변동금리 주담대는 4.05%로 0.06%p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7월 중 은행채 금리는 대체로 보합세였으나, 일부 은행이 5~6월 인상한 가산금리 인상분이 1~3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작년 10월부터 금리인하 기조로 선회해 네 차례(2025년은 2월과 5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p씩, 총 1%p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담대 지표금리 또한 신규 코픽스가 2.51%로 0.03%p, 은행채 3개월물은 2.51%로 0.05%p 각각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기준금리와 지표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금리는 되레 뛰어 차주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가계대출 전체의 평균 금리는 4.20%로 6월(4.21%)보다 0.01%p 소폭 하락했으나, 구체적 대출 유형별 금리는 모두 상승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75%로 0.04%p 올라 상승 전환했고,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34%로 0.31%p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김 팀장은 “6·27 대책으로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되며, 낮은 금리로 대출 받던 고신용 대출자 비중이 줄어 평균 금리가 올라갔으나 실제 차주의 부담 금리 상승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연 4.04%로 전월 대비 0.02%p 하락해 두 달째 떨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각각 3.99%, 4.08%로 소폭 내리며, 이는 단기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2.51%로 0.04%p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순수저축성 예금은 2.50%, 시장형 금융상품은 2.54%로 각각 소폭 떨어졌다.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간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 1.55%p로 0.01%p 확대됐고,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18%로 0.02%p 축소됐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상호저축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에서 내렸지만, 대출 금리는 상호저축은행을 제외한 다수 기관에서 상승했다.
김민수 팀장은 “6·27 대책 영향은 7월 통계에는 제한적으로 반영됐으며, 은행별 가산금리 인상 시차 및 반영 속도 차이로 평균 변화폭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8월 초 들어 은행채 금리가 소폭 하락하며 단기적 금리 안정 요인이 있으나, 가산금리 인상과 맞물려 추이는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7월 기준 가계대출 내 고정금리 비중은 64.8%로 전월 대비 2.9%p 상승했으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은 88.8%로 1.8%p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