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팝스] Vincent

 

“열정적이고 재빨리 소진되는 생명을 가진 여름이 시작되었다. 긴 낮은 찌는 듯했지만 불타는 깃발처럼 금방 타올라버렸고, 짧고 무더운 달밤 다음에는 짧고 무덥고 비 내리는 밤이 이어졌다. 꿈처럼 빠르게, 온갖 형상들로 충만하여, 열병처럼 달아오르다 사그라졌다.”

 

섬세하고 예민한 화가 클링조어가 어느 해 여름 자신을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다. 그는 남은 생명을 모두 끌어 모아 마지막 작품을 완성해낸다. 헤르만 헤세가 1920년에 발표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여름 한 달 만에 썼다는 이 소설은 고뇌하는 지성으로서 헤세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얼굴을 겹쳐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우리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었을 민음사 판(版) 번역본은 고흐가 그린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을 표지에 담았다.

 

헤세가 묘사한 저 여름은 올해 우리가 지나온 여름을 닮았다. 헤세의 밤, 곧 고흐의 밤은 필연코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소용돌이치는 듯한 밤하늘과 별,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한 순간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는 돈 매클레인이 노래한 「Vincent」를 느낀다.

 

“별이 총총한 밤, 밝게 타오르는 듯 활짝 핀 꽃과 보랏빛 안개 속에 소용돌이치는 구름 … 별이 총총한 밤, 텅 빈 홀에 걸린 초상, 이름 모를 벽에 걸린 채 세상을 바라보는 액자도 없는 초상들 … 당신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

 

「Vincent」는 돈 맥클린이 빈센트 반 고흐를 노래한 곡이다. 맥클린은 반 고흐의 삶을 다룬 책을 읽은 다음 노랫말을 썼는데, 1971년의 일이다. 이 노래는 1971년 10월에 나온 맥클린의 2번째 스튜디오 앨범 『American Pie』의 세 번째 트랙에 수록되었다. 싱글음반은 1972년 2월에 발매되었다. 「Vincent」는 2주 동안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머물렀고 미국 차트 12위까지 올랐으며, 빌보드 핫 100에 12주 동안 머물렀다. 빌보드의 1972년 싱글 랭킹 94위였다. (레이블:United Artists Records, BGO Records)


추천 비추천
추천
2명
100%
비추천
0명
0%

총 2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