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최정원 작가의 장편소설 '울새가 노래하는 곳'이 출간됐다.
'울새가 노래하는 곳'은 요즘은 많이 다루지 않는,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그리운 우리들 마음의 고향 '가족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고사리밭을 날고 있는 울새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자신만의 언어로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어느새 저녁노을이 반 토막이 난 고사리밭을 붉게 물들였다. 도로 공사를 하느라 엄청나게 울려 퍼지던 포클레인 소리도, 땀을 흘리며 삽질하던 인부들의 모습도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새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울새가 어머니의 산소 위에서 휘 휘 날갯짓하는 소리였다.
어디선가 모든 영혼은 다 새소리를 내는 거라고 하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어머니의 산소 위로 날고 있는 울새를 바라보며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어머니의 영혼은 어떤 새소리를 내며 날고 있는 걸까…<울새가 노래하는 곳 中>
화자로 등장하는 소녀는 부모를 위해 학업까지 포기한 채 강원도 오지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 모습 속에서 독자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하나는 아련하게 젖어오는 그리움과 안타까움, 다른 하나는 이제는 현실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오는 괴리감일 것이다.
'요즘도 저런 아이가, 가족이 있을까…'
병든 어머니를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온 가족이 합심해 공기 좋고 물 맑은 오지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 그 쉽지 않은 삶 속에서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만 끝내 놓지 않고 맞잡은 두 손을 통해 삶의 땅을 일구고 의미의 씨앗을 뿌리는 이야기. 이 소설은 그렇게 오래된 교과서의 빛바랜 삽화처럼 우리들 마음에 다가오며 그 따스함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속삭이게 만든다. 정말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그런 가족의 모습이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있다면…하는 바람으로.
요즘 가족이라는 테마를 대하는 작품은 대체로 가족의 새로운 형태 혹은 변형된 가족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울새가 노래하는 곳'은 작금의 우리에게 과거 '가족'이란 어휘에서 우리가 느꼈던 진정한 울림이 무엇이며, '그 본질적 가치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하고 묻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의 가치관 속에서 이런 의문을 품고 있는 독자라면 때론 처연하고도 아름답게 펼쳐지는 화자의 삶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윤후명 작가는 표사를 통해 “이 소설이 보여주는 화자의 삶은 눈물겹지만 정겹기에 그지없다. 더불어 지금은 낯설게 보여도 사실은 과거 우리 모두가 걸어온 길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사람이라면, 울새가 노래하는 곳 그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의미를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고 소개했다.
최정원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는 가족 안에서 태어났고 그 안에서 자라났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최 작가는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문예창작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2017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저서로는 '융, 오정희 소설을 만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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