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자의 익스피리포트(익스피리언스+리포트)'는 본지 기자가 전국 곳곳을 발로 뛰며 경험하는 2024년 신년특집 코너입니다. 지난해 말 구봉식 표구 장인을 제주에서 만나 동양화 표구를 직접 의뢰하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
[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표구(表具)는 단순해 보이지만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에요. 잘 보관되게, 또 오래 후세에까지 전해질 수 있게 말이죠.”
55년 동안 표구에 매달려 온 제주 '충옥당(忠玉堂)' 구봉식(75) 대표의 말이다. 장식 못지않게 보전과 복원도 표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구봉식 대표는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온 시서화를 수리하거나 복원 혹은 다시 표구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 표구라고 설명한다.
구 대표는 제주에서 반평생 넘게 표구 외길을 걸어온 장인으로 통한다. 제주시 이도1동에 오현로 '표구거리'에서 44년째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거리 양쪽에는 표구사와 화랑이 늘어섰다. 하지만 한때 북적였던 이곳도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다행히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와 예스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제주 예술인들이 사랑하는 구 대표와 그의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충청도 산골의 소년은 가난을 벗으려 18살에 상경해 표구를 배웠고, 10년 만인 20대 후반에 인연이 닿은 제주에 터를 잡았다.
구 대표는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때만 해도 딱 3년만 있다가 돌아가자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서 평생 머물러 있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구 대표의 이름은 좁은 제주지역 예술계에서 금방 입소문을 탔다. 당시 제주에는 표구사가 몇 군데 없었다. 목공 기술을 다루면서 혼자서 표구와 액자의 나무틀까지 직접 만드는 점포는 현재까지도 구 대표가 제주에서 유일하다.
표구 일을 언제까지 할 거냐는 물음에 “이제 전시회 작품은 줄일 예정이다. 새해에는 건강도 챙기며 몇 년 후에 은퇴해야죠”라고 답했다. 표구에 대한 열정이 큰 만큼 그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에게 '표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글과 그림에 맞는 제대로 된 옷을 입혀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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