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내렸다.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하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대출금리 하락’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서민들에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됐다.
한국은행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하한 연 3.00%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되었다”라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에 대해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되었다고 진단했다. 고용은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금통위는 “앞으로도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수출 증가세는 주력 업종에서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 금통위는 “금리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한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은이 지난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0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55%로 전월(4.23%)보다 0.32%포인트 올랐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 하면서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지만 대출금리는 되레 상승했던 것이다.
심지어 10월의 대출금리 인상 폭은 2022년 9월(+0.39%포인트)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74%에서 4.05%로 0.31%포인트나 올랐다. 3개월 연속 상승인데다 이 또한 2022년 9월(+0.44%포인트) 이후 최대 오름폭 기록이었다.
반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37%로 9월(3.40%)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금융채, CD(양도성예금증서) 등 시장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예금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대출금리는 오르고, 예금금리는 하락하는 이 같은 ‘기현상’은 은행들만 앉아서 이익을 불리고 현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한은의 발표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 예대금리차, 즉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는 지난 10월 1.30%포인트로 전월(1.22%포인트)보다 0.08%포인트 확대됐다. 예대금리차 1.30%포인트는 올해 1월(1.37%) 이후 9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다.
통화흐름을 조금 더 좋게 해서 둔화되고 있는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취지의 한은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로는 은행의 이익극대화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당국에선 대출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지 모른다는 정책적 판단 하에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방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외 은행대출을 받은 일반시민들마저 기준금리 인하의 수혜를 입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금통위의 11월 금리 인하 이후 또 단행될 지 모르는 금리 인하가 서민들에겐 그냥 ‘그림의 떡’처럼 보여질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