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 S&P)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상향했다. S&P는 "현대차·기아가 지난 2022년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섰으며, 2023년에는 북미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라고 신용등급 상향 이유를 밝혔다.
S&P뿐만 아니라 무디스와 피치도 올해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A등급을 부여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을 받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일본 도요타, 혼다가 전부다.
오는 14일 취임 4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룬 업적 중 하나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부여한 A등급은 현대차·기아가 판매와 수익성, 재무건정성, 브랜드 경쟁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 톱티어에 이르렀음을 공인받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정 회장,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 현대차·기아 발판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 순위는 4위였다. 2021년 5위로 떨어졌지만 그뿐이었다. 2022년 3위로 뛰어올랐다.
'톱2' 가능성도 엿보인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로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았다. 올 상반기 기준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9조4599억원, 14조9059억원이다. 역대 사상 최대다. 특히 1분기 합산 영업이익(6조9831억원)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6조7935억원)을 넘어서 글로벌 '톱2' 가능성을 입증했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톱2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톱3'는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한국 현대차·기아 순이다. 올해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 판매 부진 등 내홍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기아의 '톱2'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정 회장의 소비자 중심 경영철학이다. 정 회장은 취임사와 4번의 신년사에서 '고객'이란 단어를 38회나 언급했다. 미래(32회)와 성장(30회)라는 단어보다 고객 즉 소비자에 무게를 둔 것이다. 소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경영'과 궤를 같이 한다. 소비자는 품질 좋은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게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정 회장의 고객은 소비자 취향에 맞는 품질 좋은 차를 생산,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고객만큼 중요한 '미래'...글로벌 미래車 시장 주도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8457대보다 60.9% 늘었다.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부문 톱2다.
전기차의 잦은 화재 사고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다행히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차(HEV)와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 대안으로 급부상한 하이브리드의 경우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49만대 가량을 올 상반기 판매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만대 고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 현대차 133만대, 기아 80만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각각 14개와 9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차 시장의 핵심 축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내년까지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수소, 로보틱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사업을 주도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정의선의 과제···전기차 경쟁력 극대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
정 회장의 4년 성적표는 흠잡을 곳이 없다는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판매와 수익성, 재무건정성, 브랜드 경쟁력 모두 'A'라는 것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안전기술 개발과 미래 신사업 수익성 확보,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정 회장이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 기압과의 안전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성장 둔화(캐즘)를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입은 모은다.
연간 2500만대 신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도 정 회장이 넘어야 할 고지다. 지난 2016년 현대차(베이징현대)의 중국 판매 대수는 114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2017년 82만대 2018년 79만대, 2019년 71만6000대, 2020년 50만2000대, 2021년 38만2000대, 2022년 25만대, 2023년 25만7000대 등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 상반기 판매는 10만4349대다. 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중국 매체 금융계와 중국경제망은 최근 베이징현대가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되면서 현대차의 어려움이 시작됐다. 실제 사드 배치가 결정된 2017년 이후 베이징현대의 판매는 곤두박질쳤고,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측은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정 회장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상황에도 임직원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