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디500은 자동차 경주대회가 아닙니다. 인디음악을 골라 읽는 연재 코너입니다. 아티스트를 간단히 소개하고 가사를 읽어옵니다. 음반을 구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개는 유튜브나 각종 포털 등에서 맛보기로라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 인디음악 특유의 개성과 절실함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언니네 이발관은 1996년에 결성돼 2017년까지 활동한 모던 록 밴드이다. 한국 모던 록 계열 인디밴드의 모태이자 영미권의 얼터너티브 록을 한국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음악성을 가진 밴드로 평가받는다.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는 언니네 이발관이 2008년 8월 8일에 발매한 정규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 중 첫 번째 트랙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 2집 '후일담'과 더불어 언니네 이발관 최고의 앨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명반이다.
관심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
살아온 내가 어느 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 게."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그대의 별에선 연락이 온 지 너무 오래되었지.
너는 내가 흘린 만큼의 눈물
나는 니가 웃은 만큼의 웃음
무슨 서운하긴, 다 길 따라 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나는 바랬지.
나에게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이곳에서 우린 연락도 없는 곳을 바라보았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 게."
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 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 채.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이곳에서 우린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 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나를 너에게 준 게."
나에게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언제였나 너는
영원히 꿈속으로 떠나버렸지.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레이블:쌈지 뮤직)
정리=왕산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