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신문 김소민 기자] 최근 언론과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상인간’이 잇따라 가수 데뷔를 발표하며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15일 광고계를 휩쓸면서 ‘가상인간’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하면서 오는 22일 오후 12시 첫 번째 싱글 '후 엠 아이 (WHO AM I)'로 가요계 데뷔를 공식화했다.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MZ 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시킨 가상 인간으로 지난해 한 광고에 출연해 실제 인간과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화제를 모은 후 광고계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을 받으며 드라마 출연까지 이뤄낸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그녀의 SNS는 11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며 웬만한 인기 모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3일 로지의 가수 데뷔 소식이 전해지자 로지는 자신의 SNS에 정식 데뷔 기사를 게재해 “몰래 준비 중이었는데 들켰네”라며 데뷔 소식에 대한 소감을 직접 전해 또 다시 놀라움을 자아냈다.
싱글 발매 소식과 함께 공개된 티저 이미지와 영상 속에는 핑크빛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로지가 신비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으로 남긴다. 이번 싱글 ‘후 엠 아이(WHO AM I)’는 볼빨간사춘기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던 '바닐라맨' 정재원이 참여했고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로지의 보컬과 멜로디가 공개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첫 싱글 발매일인 22일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로지 측은 "첫 싱글 발매일인 22일은 로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영원히 늙지 않는 22살'이라는 차별화된 포인트를 갖는 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데뷔 일자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수로서 활동을 하는 가상인간은 로지 뿐만이 아니다. 최근 YG케이플러스와 계약을 맺은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도 2월 말 음원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광고 및 유튜브, 온라인 공연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LG전자의 버추얼 휴먼 래아킴의 경우 윤종신이 속해있는 엔터테인먼트인 미스틱스토리와 MOU를 체결하고 뮤지션 데뷔를 예고했다.
이 같은 ‘가상인간’들의 잇단 가수 데뷔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확연하게 갈렸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인간’의 등장이 ‘신선하다’ 입장과 함께 ‘불쾌하다’는 의견으로 나뉜 것이다. 이렇듯 ‘가상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이 '불쾌한 골짜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이는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한 이론으로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도도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가상인간’들에 대한 불쾌감은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인간들의 고유의 영역까지 침범하게 되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인디뮤지션의 경우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열 무대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상인간'들이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뮤지션의 자리를 빼앗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