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Body cam)과 피싱(Phishing)의 합성어인 몸캠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몸캠피싱은 공격자가 사이버 공간에서 남성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음란 행위를 하게 한 뒤, 이를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범죄를 일컫습니다. 본지는 올해 사이버 범죄 예방을 위해 비영리단체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장(現 디포렌식코리아 대표) 기고문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수많은 사이버범죄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중 정말 악질 범죄는 몸캠피싱이다. 보이스피싱처럼 피해자의 돈을 노리는 범죄이지만 단순히 돈만을 노린다기에는 피해자는 금전적 피해보다 정신적 피해가 너무나도 커서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고 심지어 다니던 회사, 학교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다니는 등 피해자의 생활 자체를 망가트려 버리는 매우 악질의 범죄다.
최근 동영상 유포 협박 관련해 이슈가 됐던 사건과 더불어 여러 디지털 성범죄가 있지만 다른 범죄들과 달리 몸캠피싱은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이 내용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어떻게 남성들이 성범죄를 당하냐는 식으로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몸캠피싱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피싱이다.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갈취하는 것이 피싱이기 때문에 성범죄이지만 피해자의 성적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속여 돈을 뜯어내는 범죄다.
몸캠피싱 조직들은 주로 해외에 거주하는 범죄집단이며 개인이 아닌 2~3인 이상으로 구성된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백 개의 조직으로 나뉘어 활동하므로 조직마다 조금씩 범행 수법에 차이가 난다는 점도 있다.
우선 몸캠피싱 수법에 대해 요약을 해드린다면 피씽조직이 여러 채팅 사이트나 SNS 같은 곳에 일반인 여성의 사진을 도용해 자신의 프로필사진에 걸어놓고선 여성행세를 하게 된다.
이후 피싱을 할 남성을 물색하며 대화가 이어진 경우 계속해서 여성행세를 하며 피해남성을 속이게 된다.
길면 며칠까지도 일상적인 채팅을 주고받고 고민 상담도 해주며 피해자에게 신뢰나 호감을 끌어내게 된다.
대화가 점점 무르익을 때쯤 피해남성은 상대여성으로부터 믿기 힘든 제안을 받게 된다. 서로 영상통화로 몸을 보여주고 각자의 행위를 하며 자신의 외로움을 풀어달라는 제안이다.
상대가 실제로는 여성이 아니지만 어쨌든 오랜 대화로 호감과 신뢰가 쌓인 피해남성은 이를 의심하지 못한 채
여성이 먼저 이런 자극적인 제안을 해올 경험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그 제안에 응하게 되며 영상통화를 즐기게 되는데 여기서 더욱 피씽조직이 치밀한 점은 실제로 영상통화 화면에 여성이 나와 행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화면대체송출기능을 이용해 동영상을 틀어놓은 수법이다.
한마디로 피해남성은 실시간으로 여성과 영상통화를 나눈 것이 아니라 상대가 틀어놓은 동영상에 속아 자신의 몸과 얼굴을 노출한 뒤 그 상황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후 몸캠피싱 조직원들은 녹화에 성공한 피해남성의 몸 영상과 더불어 스마트폰 해킹으로 탈취해 간 피해자주변인들의 번호목록을 보여주며 유포협박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너무 당혹스러운 피해자들은 피씽조직에게 돈을 보내거나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불법적인 범행에 가담하게 되는 등 잘못된 대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것은 당연히 범행수법을 몰랐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 것이며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협박범 요구에 절대 응하지 말고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피의자가 보낸 악성코드 등은 디지털포렌식 등의 방법으로 분석 및 삭제를 해야 하므로 임의 삭제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또한 몸캠피싱 대응업체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은 후에는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계정의 비밀번호 등을 변경해야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몸캠피싱으로 인한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원고료는 받지 않고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걸 디포렌식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