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 media – RAON ] 음악을 하는 이들은, 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일종의 '전달 형태'를 바꾸는 것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나의 경험과 시간, 그리고 솟아나는 감정들을 음악이라는 형태로 바꾸어 다른 이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디음악을 하는 '루싸이트 토끼'가 자신들에게 찾아왔다고 표현한 곡, 'Not Yet'은 그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맛볼 수 있다.
우울한 감정이 섞여있는 낯선 타지, 뉴욕이라는 거대하고도 허무한 도시 속에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서울과 닮은 듯하면서도 결코 같다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곳에서의 삶. 그리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 낯설다는 감정이 부여하는 공포, 그리고 하루하루가 이면의 연속인 이 도시 속에서 온전히 속하지도, 또 분리되지도 않은 채 생활한 이들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음악 속에 표출되어 있다. 이들은 미처 속하기도 전에 '흡수되어 버렸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But the thing is am I just right for you
... am I enough for you
... am I the one for you'
'내가 너에게 맞는가, 충분한가, 그리고 하나뿐인가', 맑고 우울한 목소리로 외치는 이 공허한 질문은 거듭하여 곡을 듣는 내내 곱씹어보게 된다. 아마 모두가 사랑을 하며, 또 일을 하며,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며 한 번쯤은 떠올려보았을 법한 의문이지 않은가. 내가 정말 이 자리에 맞는 것인지, 또 충분한 사람이라는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이 곡과 함께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곡이지 않은가.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환상과, 내 일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질문의 조화가 '루싸이트 토끼'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해당 음원이 대중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장르의 곡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일렉트로니카 느낌의 이 곡은 파격적이며 굉장히 불안정한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다. 편안하게 흘러가듯 들을 수 있는 류의 인디음악은 아닌 셈이다. 강렬한 사운드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제법 도전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인디음악이 보유하고 있는 매력이지 않을까?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 그들만의 컬러감을 통해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예진의 매력적이면서도 맑은 톤을 지향하는 음색과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김선영의 기타 사운드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면 해당 앨범을 추천한다. 불안함이 주는 위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Polcanos에서 퍼블리싱된 '루싸이트 토끼'의 EP 싱글앨범 <Not Yet>은 2019년 2월 7일 발매됐으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