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디문화 메카 ‘클럽리얼라이즈’ 10년 만에 폐관

대학가 공연 문화 주도했지만 운영 적자·코로나 직격탄 맞아
지역 문화계 아쉬움 목소리
“8월 수영서 스튜디오 개소”

 

부산 인디 뮤지션의 주요 무대였던 ‘클럽리얼라이즈’가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부경대 경성대 앞 젊음의 거리에서 제대로 된 인디 밴드 공연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지면서 ‘청년문화 중심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디 공연장인 클럽리얼라이즈가 지난 13, 14일 개관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고 17일 밝혔다. 2010년 6월 남구 대연동에 문을 연 클럽리얼라이즈는 10년간 부경대, 경성대 등 인근 대학가 공연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배진수 클럽리얼라이즈 대표가 ‘레이블(음반 기획사) 리얼라이즈’를 맡으면서 공연장까지 함께 운영해 사실상 남구 대학가에서 제대로 된 인디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2016년부터 일본 후쿠오카의 라이브 클럽과 교류 공연을 여는 등 국내외 뮤지션들의 투어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인근 공연 장소가 대부분 펍을 운영하면서 가끔 공연하는 정도라 클럽리얼라이즈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졌다.


폐관의 원인은 수년간 지속된 공연장 운영 적자, 새로운 공연 문화 시도 등과 함께 코로나19로 불거진 스탠딩 공연장의 규제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동안 매주 금~일요일 국내외 인디 뮤지션이 공연을 열어왔지만, 지난 2월부터 한 차례도 공연을 하지 못했다. 배 대표는 “10년 정도 공연장을 운영했는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인디신을 키우기 위해 정형화된 공연 말고 다른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민해 추후 새로운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수영구에서 스튜디오를 열 계획인데 인디 음악 관련 온라인 방송 공간이 될지, 공연장도 함께 운영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 문화계는 10년 동안 적자 운영 속에서도 꿋꿋이 버텼던 클럽리얼라이즈의 폐관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음악평론, 다큐멘터리 감독 등을 하는 방호정 작가는 “클럽리얼라이즈가 지금까지 버틴 것은 인디 음악에 관한 어떤 사명감이나 책임감 때문이라 생각한다”면서 “부산대나 경성대 등 지역 대학가가 청년문화의 중심지라면 보다 다양한 공간이 필요한데 급격하게 획일화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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