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칼럼] "낯설지만 친절해" 한희정 새 앨범 '두개의 나'

하나일 수 없는 내 자신 안에 또 다른 나에 대한 성찰

'시도의 아이콘' 한희정은 해당 앨범에서도 범상치 않은 콘셉트를 선보였다. <두 개가 나앨범 커버 디자인에서 보이는 일러스트는 한 몸에서 나오는 두 개의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가느다란 곡선으로 표현된 무표정한 모습이 온화한 듯 차가운 분위기의 일러스트 속 여성 이미지다이는 마치 진성이 아닌 매력적인 가성으로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가볍고무심한 듯 촉촉한 음색을 가진 한희정의 목소리와 같은 느낌이 든다.

 

1번 트랙 비유는 개성 넘치는 실력파 보컬리스트 김사월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두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하나인 듯 넘치는 하모니를 자랑하다가 다시 두 개가 된다. 두 갈래의 목소리는 각자 상반되는 개념을 이야기하다가 다시 합쳐져 또 다른 조화를 만든다. 한마디 말로 참 오묘하고 절묘하다의도적이지 않게 발견되는 어떤 찰나의 순간을 표현한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하모니는 분열감을 표현하면서 극적인 찰나의 존재에 신빙성을 더한다. 

 

웅장한 저음으로 시작되는 곡 걱정은 이아립이 매력적인 중저음 보컬피처링으로 한희정과 호흡을 맞췄다걱정되면서 안심하는 이중적이고 규정할 수 없는 순간순간의 마음을 두 보이스가 환상적인 화음으로 표현한다. 어쿠스틱한 기타 연주위에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가 웅장한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track 01. 비유 (feat. 김사월)

좀처럼 규정되지 않는 순간과 언어로

표현해낼 수 없는

그것이 너에게서 느껴지는 때가 있어.

 

불안을 이끌고 있는 내레이션은 다소 생경하지만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누군가 다양한 자아 정체성과 규정 사이에서 고민하며 힘겨워 하는 삶을 기록했다. 이에 편승해 청자도 자신이 가진 불안 아닌 불안감, 고통 아닌 고통에 대해 숙고한다

 

track 04. 두 개의 나

참고 참다가 그녀에게 다가갔어.

너무 요란해서 작업을 할 수가 없잖아요.

분노에 소스라치듯 잠에서 깼잖아.

 

두 개의 나는 다른 어떤 곡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마치 한희정만의 문법과 어법으로 탄생한 운율 같다. 소름 끼칠 정도로 놀라운 나레이션은 감정을 가감 없이 그대로 노출한다. 짧은 가사에 중후한 바이올린과 첼로 선율은 변주를 통해 왜곡되는 자아의 분리를 인지하고 직시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고도의 몰입감은 현실인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뚝뚝 끊기는 가사는 오히려 분리되고 분열된 자아에 대한 직접적이면서 적나라한 표현이 된다. 

 

 

앨범 전체 곡들이 친절하지도 익숙하지도 않다. 그냥 듣기 좋고 따라부르기 좋은 곡은 아니다. 하지만 음악을 어떻게 정의 하나냐에 따라서 이번 앨범이 친절한지 아닌지를 정해도 늦지 않다. 한희정이 생각하는 대중음악이란 아마도 누군가의 정신세계나 철학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라고 분명히 규정하는 듯하다. 이런 개념에 충실하게 분리된 자아 안에서 다시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과정의 감정들을 착실히 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걱정도 되고 불안도 하지만 모든 감정을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하며 독특하고 확실한 한희정의 여과 없는 색깔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그의 독특한 음악 세계는 이미 많은 리스너들의 호평을 받으며 적지 않은 팬들을 확보했다.

 

한희정은 지난 2001년에 그룹 더더의 맴버로 데뷔했다. 이후 프로젝트 밴드 푸른 새벽으로 활동하다 2008년에 솔로 앨범 1<너의 다큐멘트>를 발표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아름다운 밤 우리들의 라디오의 진행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과 방송 출현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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