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도 위기에 직면한 여천NCC를 놓고 대주주인 한화와 DL 두 그룹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전날 DL그룹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여천NCC에 대한 자금 수혈의 길이 열렸지만 한화그룹이 국세청 세무 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따졌다.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여천NCC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에 판매한 에틸렌과 C4R1, 이소부탄 등의 제품에 대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등 추징액 1006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와 관련 한화 측은 1006억원 가운데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은 962억원이며 한화와의 거래 추징액은 44억원이라고 설명이다.
한화 측은 이례적으로 세부 추징 내용도 공개했다.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은 제품별로 에틸렌 489억원, C4R1 361억원, 이소부탄 97억원, 기타 15억원이라는 것이다.
한화 측은 그러면서 에틸렌은 한화와 DL이 함께 공급하는 제품인데 국세청은 한화의 거래가격을 시가로 인정한 반면 한화보다 저가로 공급받은 DL에 대한 거래를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DL에만 공급하는 C4R1와 이소부탄 역시 공급가가 시가 대비 낮다고 국세청이 판단, 추징했다고 한화 측은 부연했다.
한화 측이 국세청 추징액 등을 공개한 것은 여천NCC의 부도 위기 책임이 DL 측에 있다는 점, 즉 경영위기의 근본적인 책임이 DL의 부도덕성에 있다는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 측은 시장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건으로 원료공급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향후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인한 부당한 이득을 방지해 법 위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화 측은 그러면서 영업비밀인 DL과의 에틸렌, C4R1 등에 대한 협상 중인 내용을 공개했다.
한화는 기존 계약이 종료(2024년 12월말)된 이후 원료공급협상을 진행 중이며, 올 1월부터 임시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료공급협상이 체결 이후 정산키로 합의했다는 것.
또 올 상반기 한화가 공급받고 있는 에틸렌 가격은 DL이 거래하는 가격과 동일한 가격이라며 여천NCC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화의 연간 에틸렌 거래량은 연간 100만t이라며 연간 40만t인 DL에 비해 대량 거래에 따른 가격 할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화 측은 덧붙였다.
특히 C4R1에 대해선 DL 측이 '빨대를 꽂아 막대한 이익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화 측이 비난했다. DL 측이 시장가격 대비 저가로 20년 향후 장기 계약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화 측은 석유화학 제품의 시황 변동 폭이 큰 만큼 5년 단위 계약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 측은 "국세청 가이드 라인에 따라 시장 가격으로 새롭게 계약이 체결되어야 하나 DL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앞으로 20년간 여천NCC에 빨대를 꽂아 막대한 이익을 취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한화 측은 여천NCC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시장원칙과 법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건에 의한 원료 공급계약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여천NCC의 주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자금 지원에 동참, 여천NCC 임직원 및 지역사회, 석유화학업계의 불안감 해소에 적극 나서 줄 것을 DL 측에 요구했다.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간 쌓여 있던 양 측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따른 수요 부진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과 동시에 비용 등 관리 비용 상승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이 밀어내기식 영업에 나서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중국 내부에선 폴리염화비닐 등 일부 제품 가격이 20년 전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