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최근 5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26일 ‘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마약·약물운전의 교통사고 위험성과 경각심 제고를 위한 안내자료를 발표하며, 마약류뿐 아니라 수면제·감기약 등 처방약 복용 후 운전의 위험성도 강조했다.
‘마약퇴치의 날’은 1987년 UN 총회에서 불법 마약류의 폐해를 인식하고 국제사회가 마약류 남용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로, 우리나라도 2017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6월 26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해상 자동차사고 데이터베이스(DB) 분석 결과, 최근 들어 마약과 각종 약물 복용 후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2건에 불과했던 마약·약물 관련 교통사고는 2024년 2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이들 사고의 상당수는 불법 마약이 아닌 수면제, 수면내시경 후 운전, 감기약 등 일상에서 흔히 복용하는 약물이 원인이었다. 실제로 감기약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고도 2024년 한 해에만 20건이 확인됐다.
국회입법조사처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 사례도 약 98%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운전이 잦은 이들이 약물을 복용할 경우 반드시 설명서를 확인해 ‘졸릴 수 있으니 운전 시 주의’ 등 문구가 있는 약은 운전 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약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벌 수준은 음주운전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4월 도로교통법을 개정, 오는 2026년 4월부터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이는 음주운전의 가장 중한 처벌 기준과 동일한 수준이다.
또한 경찰이 약물 복용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신설되고, 운전자가 검사에 불응할 경우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상습가중처벌 조항도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의사의 처방 여부와 관계없이 운전능력에 영향을 주는 약물 복용 후 운전은 잠재적 흉기 운전”이라며, 운전자 스스로의 인식 개선과 복약지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수면제(졸피뎀 등), 안정제(디아제팜 등), 수면마취제(프로포폴, 미다졸람 등)와 감기약(덱스트로메토르판 등)도 졸음과 인지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처방약 복용 후 운전해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약 복용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마약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며, 약물운전은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약물운전의 위험성을 모두가 인식하고, 일상에서도 약물의 올바른 사용과 안전운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