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다.
러시아는 소련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나치 독일에 승리했다고 자부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르고, 매년 5월 9일을 전승절 국경일로 기념한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여파로 전승절 행사를 축소해 진행했으나 올해 80주년을 맞아 어느 때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다.
전 세계 27개국 정상과 13개국에서 파견된 군부대가 러시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권 국가와 쿠바, 기니비사우, 라오스 등 일부 우호국 정상만 참석했다.
이번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북한은 대사급을 대표로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 대사의 참석이 유력하다.
러시아는 올해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세계에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4년 차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문제로 서방과 대립하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외국 정상 등 귀빈과 대표단을 위해 개최한 연회에서 "승자의 세대, 위대한 승리, 평화, 번영, 당신과 우리 친구들에게 건배를 제안한다"며 '승리'를 강조했다.
지난해 열병식에서 푸틴 대통령은 고령의 참전 용사들과 나란히 앉았지만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외국 정상들 사이에 둘러싸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 15명 이상의 정상과 7∼10일 양자회담도 한다. 전날 시 주석과 회담하면서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자는 메시지를 발표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유럽의 친러시아 지도자인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도 유럽의 반대에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의 기를 살렸다.
열병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설로 시작한다. 지난해 전승절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세계 분쟁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러시아군이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격적인 군사 행진은 러시아 국기와 소련의 승리 상징인 제150소총사단 깃발이 붉은광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러시아군과 동맹국 군 부대가 행진하고 전차, 장갑차, 미사일, 방공시스템 등 시대별 군사 장비와 무기들이 줄지어 붉은광장을 가로지른다. 열병식의 마무리는 붉은광장 상공을 날아가는 공군 퍼레이드로 장식된다.
지난해에는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위협적 무기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전차는 소련제 T-34만 지나가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인한 러시아의 무기 부족 실태를 보여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벨라루스, 이집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라오스, 몽골, 미얀마,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군부대가 열병식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에 파병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투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된 북한군은 열병식에서 행진하지 않는다. 그러나 러시아군 전투에 실제적 도움을 제공한 북한군이 어떤 식으로든 열병식에 등장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러시아에서는 군인 경력이 없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이 열병식을 지휘할 때 군복을 입을지, 평소처럼 정장을 입을지도 관전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