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코알라 700마리 살처분…"산불 따른 고통 줄이려 안락사"

기후변화로 산불 늘면서 서식지 줄고 굶주림·화상 시달려

 

호주 정부가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인 코알라를 이례적으로 집단 살처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미국 복스 등 매체에 따르면 호주 동남부 빅토리아주 정부는 최근 빅토리아주 남서부 버즈 빔 국립공원 일대에서 코알라 약 700마리를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총기로 살처분했다.

 

호주에서는 사슴이나 멧돼지와 같은 외래종 개체수를 통제하기 위해 공중 살처분을 종종 이용하지만, 토종 야생동물을 동물복지를 이유로 공중 살처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정부에 따르면 지난 달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국립공원 내 약 2천200만㎡가 소실되면서 코알라의 먹이인 유칼립투스 나무가 대량으로 사라졌다.

 

이에 따라 화상과 굶주림으로 시달리는 코알라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살처분을 시행했다고 주 정부는 밝혔다.

 

주 정부 에너지·환경·기후행동부(DEECA)의 최고 생물다양성 책임자인 제임스 토드는 "지속적인 가뭄과 화재 후 식량 부족으로 많은 동물의 건강이 나빠지고 생존 가능성이 작아져서 안락사가 필요한 동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처분의 유일한 목적은 화재로 피해를 입은 동물들의 추가 고통을 예방하는 것이었으며, 살처분 과정에 숙련된 수의사, 야생동물 복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코알라들이 도보로 접근하기 어려운 험준한 지형, 외딴 지역의 높은 나무 위에 사는 경우가 많고 화재 피해를 본 나무로 인한 안전 위험도 있어 공중 살처분 외 다른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리사 팔마 빅토리아 야생동물보호협회 대표도 "심각한 화상과 부상을 입은 야생동물에게 가장 따뜻한 조치는 종종 안락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떤 코알라도 깊은 배려와 보살핌 없이 생명을 잃어서는 안 되며 적절한 감독을 거쳐 인도적으로 안락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호주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증가 등으로 유칼립투스 나무 서식지가 줄면서 코알라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

 

코알라는 지난 20년 동안 일부 지역의 개체 수가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등급에서 '취약'으로 분류돼 있다.

 

2023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코알라 서식지의 약 40%가 화재에 매우 취약하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이 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복스는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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