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무역시스템이 해체 위험에 빠지고 미국도 금융위기급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4% 감소하고 물가는 향후 2~3년간 2.5% 가까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이 미국 경기 침체와 세계적인 경기 둔화, 그리고 전후 질서의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미국의 관세를 적용받는 나라들뿐 아니라 미국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1930년대 악명높았던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 당시보다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
1929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자인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발의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대공황을 악화시켜 이후 자유무역 질서에 균열이 생길 때마다 가장 먼저 반면교사로 언급되곤 하는 사례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경제사학자 더글러스 어윈은 "스무트-홀리법 때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0년대 초반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수입은 GDP의 14%로, 1930년 당시의 약 3배에 달한다.
경제분석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트럼프 관세가 최대치로 부과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은 최대 28% 포인트 상승해 미국 GDP에 4%의 타격을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대략 1조 달러의 생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펜실베이니아주 전체 GDP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규모다.
경제 규모가 이전 추세보다 6% 위축됐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충격일 것으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평가했다.
이번 관세는 또 향후 2~3년 동안 물가를 2.5% 가까이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부가가치세와 중국의 비관세 장벽에 불만을 터뜨린 바 있어 이들 국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해당국의 GDP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감당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에 캐나다와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더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전망은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지만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의 투자 중단과 소비 감소 등 간접적 영향까지는 계산하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여러 나라가 높은 관세 장벽 아래에서 성장하려고 노력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면서 "보호주의는 좋은 전략이 아니며, 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국가 간 경제발전에 차이를 가져온 요인을 연구한 공로로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각국 지도자들의 경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미국이 세계를 파괴적인 경제 갈등으로 몰아넣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밀접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지난주 "경제의 심층적인 통합과 긴밀한 안보 및 군사 협력에 기반했던 과거 미국과의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