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팝스] Strange Fruit

 

 

1929년. 뉴욕에 있는 나이트클럽 ‘포즈와 제리즈(Pod`s & Jerr's)’에서 댄서를 모집했다. 한 흑인 소녀가 오디션을 보았다. 미국은 대공황에 허덕였고, 할렘의 흑인 소녀에게도 삶은 혹독하고 잔인했다. 그녀는 불행하게 태어나 불행을 겪으며 성장했고, 언제나 죽음의 문턱에서 고통을 받았다. 어머니는 거리의 창녀였고 소녀도 창녀의 삶을 살았다. 슬럼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았고, 능력 없는 어머니는 소녀를 사촌 집에 맡겼다. 소녀는 15세가 될 때까지 2번 성폭행을 당했고 2번 투옥되었다.


포즈와 제리즈를 찾아갔을 때, 소녀는 춤을 추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오디션에 낙방했다. 낙심한 채 돌아서는 소녀가 가엾었는지 클럽의 피아노 연주자가 노래를 불러 보라고 했다. 그는 「Trav`lin All Alone」이란 곡을 연주했다. 소녀가 아는 곡이었다. 소녀의 노래가 시끌벅적한 홀 안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온 마음과 몸을 울리는 처절한 비명과도 같은 음색의 노래였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홀 안의 사람들은 소녀의 노랫소리에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인물세계사, 김정미)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할렘의 가난한 흑인 소녀는 주급으로 18달러를 받는 나이트클럽의 가수가 되었다. 원래 이름은 일리노어 페이건이었지만 좋아하던 배우 빌리 더브의 빌리와 아버지 클래런스 홀리데이의 성을 따 ‘빌리 홀리데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그녀의 노래는 뉴욕의 클럽에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프로듀서 겸 평론가인 존 해먼드의 눈에 들면서 재능은 꽃을 피운다. 해먼드는 1933년 홀리데이를 발견한다. 17세가 된 홀리데이는 웨스트 132번가에 있는 클럽 코반스에서 가수 모네트 무어 대신 노래하고 있었다. 무어의 노래를 좋아하던 해먼드는 이때 처음으로 홀리데이의 노래를 들었다.


해먼드는 1933년 11월 베니 굿맨과 함께 데뷔 음반을 녹음하도록 주선했다. 홀리데이는 「Your Mother's Son-In-Law」와 「Riffin' the Scotch」을 불렀다.  「Your Mother's Son-In-Law」는 300장, 「Riffin' the Scotch」는 5,000장이 팔렸다. 우리가 알고 있듯, 홀리데이는 이때부터 재즈 역사상 가장 특별한 여성 보컬로 이름을 남겼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선율과 템포,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영혼의 흐느낌과 같은 노랫말. 홀리데이는 자신의 삶을 노래에 녹였고, 모든 소절을 진심으로 불렀다. 평론가 존 부시는 “미국 팝 보컬의 예술을 영원히 바꿔놓았다”고 평하였다.(allmusic)


노래할 때면 머리에 흰 치자 꽃을 장식하고 온 마음을 다해 절규하는 디바 홀리데이의 본령을 확인시켜 주는 노래가 커리어 초기의 명곡 「Strange Fruit」다. 이 곡을 홀리데이의 가장 뛰어난 노래로 꼽는 평론가도 적지 않다. 그녀의 노래 가운데 대중적으로 인기를 모은 곡은 「I'm A Fool to Want You」, 「Gloomy Sunday」 등이지만 음악사적 의미로 보나, 예술적 성취라는 면에서 보나 「Strange Fruit」를 넘어서지 못한다.  「Strange Fruit」에는 미국 흑인의 고통과 미국의 치부 가운데 하나인 인종차별, 무자비한 학대와 살인과 폭력의 선연한 피 냄새가 넘쳐난다.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린다. 포플러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들. 아름다운 남부의 풍경 속에 튀어나온 눈과 일그러진 입술, 달콤하고 상쾌한 목련꽃 향기와 갑자기 풍겨오는 살점을 태우는 냄새. 여기 까마귀들이 파먹고, 비바람에 시달리며 햇볕에 삭아 마침내 나무에서 떨어져 버릴 이상하고 슬픈 열매가 있다.’


‘이상한 열매’는 나무에 목이 매달린 흑인을 의미한다. 교사인 에이블 미어로폴이 이 참혹한 광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가사와 곡을 만들었는데, 홀리데이가 부르면서 역사의 일부가 됐다. 1939년 발매된 「Strange Fruit」는 큰 논란을 빚으며 많은 라디오 방송에서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싱글은 100만 장 이상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고 니나 사이먼, 레네이 머리, 제프 버클리 등이 커버한 명곡이 되었다. 홀리데이는 이 곡으로 에스콰이어 재즈보컬상을 받았다. 시사매거진 타임은 1999 12월 31일 「Strange Fruit」을 20세기 최고의 노래로 꼽았다.(레이블:Commo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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