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팝스] Maria Elena

왕가위 영화는 다양한 매력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그 중 하나는 음악이다. 귀로 듣는 영화라고 해도 심한 과장은 아니다. 시를 읊어내는 듯한 대사와 매혹적인 OST. 가령 『아비정전』, 그리고 다음과 같은 대사.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남국의 숲을 배경으로 끝없을 듯 달리는 기차의 바퀴 소리, 독백, 그리고 온전히 아비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발 없는 새의 우화. 아비의 운명으로서 고독은 단지 독백에 물들어 있지만은 않다. 가령 속옷 바람으로 맘보를 추는 씬. 장국영은 온전히 아비 자체가 된다. 이때 화면 전체, 아니 관객의 영혼 한가운데를 울리는 음악이 Maria Elena다.

 

Maria Elena는 ‘1932년 멕시코의 로렌소 바르셀라타가 대통령 영부인 마리아 엘레나 페랄타에게 헌정한 곡’으로 알려졌다. 아비정전에 나온 음악은 하비에르 쿠갓 버전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Maria Elena가 하나 더 있는데, 로스 인디오스 타바하라스가 기타 듀오로 연주한 「Maria Elena」다. 

 

로스 인디오스 타바하라스는 브라질 북부 세아라 주에 사는 선주민인 타바하라스 족 추장 미탕가의 쌍둥이 아들인데, 백인들이 버리고 간 기타를 주워 독학으로 연주법을 익혔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아비정전에서 이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위의 독백 장면을 전후로 울려 퍼지는 허무 가득한 멜로디, 「Always in My Heart」다.

 

오늘의 주제 Maria Elena로 돌아가자. 하비에르 쿠갓의 「Maria Elena」로 우리 기억에 남았지만 미국에 상륙해 히트한 버전은 1941년 밥 에벌리가 지미 도시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부른 영어노래다. 에벌리의 「Maria Elena」는 그해 6월 14일자 빌보드 싱글 1위에 올랐고 17주간 차트에 머물렀다. (레이블:Decca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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