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500]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장기하와 얼굴들은 ‘눈뜨고코베인’과 ‘청년실업’의 멤버였던 장기하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밴드이다. 말하듯 노래하는 장기하 특유의 창법과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현실적인 노랫말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 밴드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우리말의 특색을 잘 살린 가사가 특징이다. 

 

'싸구려 커피'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데뷔 싱글이다. 앨범은 2008년 10월 발매되었으며, 싸구려 커피 외에 '느리게 걷자', '정말 없었는지' 등 모두 3곡이 수록돼 있다. 밴드가 명성을 얻은 다음 판매량이 급증, 인디밴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판매량 1만장을 돌파했다. 1집 앨범은 포크 록에 가까운 곡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모던 록의 특징도 지니고 있었고 2, 3집 앨범부터는 사이키델릭 록이 두드러졌다. 처음에는 장기하가 만든 곡을 연주하는 밴드였지만 이종민과 하세가와 요헤이가 가세한 이후 멤버들 모두가 편곡에 참여해 밴드의 역량이 집결된 단단한 음악을 만들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곡은 가사가 훌륭하다. 외국어를 배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정확하고 단정한 한국어 가사를 많이 볼 수 있다. 가사의 내용도 불쾌한 면이 없고 유려해 따라 부르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싸구려 커피는 이와 같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축축하고 너저분한 일상이 팽팽한 통기타 라인 위에 부르는 것도 아니고 읊조리는 것도 아닌, 랩도 아니고 나레이션도 아닌 장기하 특유의 창법으로 소화되어 강한 개성과 중독성을 느끼게 한다. (레이블:붕가붕가 레코드)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중략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편집자주] 인디500은 자동차 경주대회가 아닙니다. 인디음악을 골라 듣는 연재 코너입니다. 아티스트를 간단히 소개하고 가사를 읽어옵니다. 음반을 구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개는 유튜브나 각종 포털 등에서 맛보기로라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 인디음악 특유의 개성과 절실함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SOUND 7호에 게재된 '한국 인디 명곡 100선'과 포털 등에 게재된 오픈소스를 참고해 주제를 선정합니다.


추천 비추천
추천
1명
100%
비추천
0명
0%

총 1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