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INDIE] 기억 조작 걸그룹 ‘치스비치’

여성의 경우 직업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젠더의식의 부재는 여전히 만연하다. 인디신에서도 유독 여성 인디 뮤지션에게는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왔다. 남성 뮤지션은 ‘남성 뮤지션’이라 부르지 않는데 왜 여성 뮤지션만 ‘여성 뮤지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강조하는지 의구심을 품어봤다면 독립 음악 산업 구조 속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10여 년간 사용돼 온 ‘홍대 여신’은 인디신 내 여성의 입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식어다. 이는 뮤지션의 다양한 모습과 전문적인 음악성을 ‘여신’이라는 외적 평가요소로 압축한 전형적인 대상화다. 이런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뮤지션과 그 음악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라온미디어는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여성을, 그중에서도 음악성을 조명하는 별도 섹션을 마련하고 실력파 뮤지션을 발굴한다. [편집자주]
 

사진= 치스비치 써머러브 앨범.jpg

 
유튜브서 시작된 ‘온라인 탑골공원’이 입소문을 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020세대에게는 신선한 과거의 가요계를 엿볼 수 있고 3040세대에는 추억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이유다. 이러한 영향으로 가요계는 현재 뉴트로(New-tro) 열풍이 불고 있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일컬어 쓴다. 이런 뉴트로를 제대로 표방한 걸그룹이 등장했다. 바로 치스비치다. 

치스비치는 치즈, 스텔라장, 러비, 박문치가 만든 프로젝트 걸그룹이다. 1990년대생이며 이미 인디신에서 경력을 쌓아 이름을 알린 멤버들로 구성됐다. 어릴 적 봤던 S.E.S, 핑클 같은 걸그룹을 오마주해 화제를 모았다.

데뷔곡 여름 시즌송 ‘서머 러브(SUMMER LOVE…)’는 귀여운 가사와 90년대 유행한 뉴 잭 스윙 장르의 곡이다. ‘네가 나의 여름이 되어 줄래’와 같은 순진무구한 가사와 ‘시린 내 옆구리엔 시리(Siri)뿐’ 등 재치있는 가사까지 실력파 뮤지션 4명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 곡이다. 앨범 사진 속 멤버들의 의상과 액세서리, 헤어마저 90년대를 그래도 옮겨 놓은 듯한 구현능력을 발휘했다.
 

사진= 치스비치 저스트폴유 앨범.jpg

 
치스비치는 단타성 프로젝트 그룹에 끝나지 않고 겨울 시즌 송 ‘JUST 4 U…’까지 발표했다. 빨간색 체크무늬 목도리와 떡볶이 코트까지 여름 시즌에 이어 겨울도 90년대 걸그룹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상큼한 멜로디에 크리스마스 종소리가 더해져 확실한 계절감으로 90년대 감성을 선보였다. 화면이 하얗게 뽀샤시 처리된 뮤직비디오와 야무지게 적힌 ‘Thanks to’는 치스비치의 치열한 고민이 드러나 있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뉴트로가 유행한다고 어쭙잖게 따라 한 것이 아닌 실력파가 노력하면 어떻게 되는지 단단히 각오하고 보여주는 듯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현돼 과거에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기억조작’ 걸그룹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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