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임에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세균 감염에 쓰는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항생제를 감기약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항생제 내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올바른 항생제 사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질병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리서치랩에 의뢰해 올해 3월 27일∼5월 7일 전국 만 14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생제 인식 관련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항생제는 어디에 쓰는 약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세균 감염 질환 및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라는 응답이 58.1%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라는 응답도 10.2%였다.
'세균 감염 질환'이라고 올바르게 응답한 이들은 22.6%에 불과했다.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72.0%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6.0%·그렇다 66.0%)라고 답했다.
신나리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은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므로 항생제는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다만, 감기가 오래 이어지면서 2차적인 세균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날 때만 항생제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생제를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6.0%였고, 항생제 복용 중 증상이 나아져 복용을 중단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63.4%에 달했다.
의사에게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5.1%였는데 특히 남성과 20∼39세 연령층, 만 3∼6세 자녀를 둔 부모 계층에서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와 별도로 의사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9.1%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감기 등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를 처방한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20.8%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환자 요구(30.4%) 때문이라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23년 국내 항생제 사용량(DID·인구 1천명당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튀르키예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다. 주요 감염병 병원체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 또한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종합병원 안에서 전담관리팀이 항생제 처방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등 항생제 사용량 축소에 나섰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균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직접·관련 사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국민도 항생제의 용도와 적절한 사용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에게 항생제를 요구하거나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잘못된 사용법"이라며 "특히 항생제 선택은 전문가가 증상과 경과를 보고 판단해야 하므로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약을 알아서 먹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조언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