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전을 '십자군 전쟁'으로 생각"…英 문서 공개

"블레어, 총리직 잃을 수 있다"…英, 美에 외교적 해결 설득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악인들에 맞서는 십자군 전쟁'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영국 정부의 외교 문서가 2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영국 국립기록보관소가 공개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이라크전 발발 석 달 전인 2002년 12월 크리스토퍼 마이어 당시 주미 영국대사는 내각에 보낸 연례 보고서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마이어 전 대사는 또 "부시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자국이 또 대규모 테러리스트 공격을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그의 세계관은 마니교적(선과 악을 이원론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명을 세계에서 악인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국적 가치가 보편적 가치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내각에 보고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예고한 미국에 막판까지 외교적 해결을 설득하고 있었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라크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를 기대했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러시아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미국 정부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마이어 전 대사는 이듬해 1월 29일자 외교 전문에는 "사담 후세인이 항복하지 않는 한 올봄에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막기는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같은 달 31일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직접 설득했다.

 

당시 영국 측은 유엔 결의안 없이 이라크를 침공한다면 블레어가 총리직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당시 블레어 총리의 외교정책 보좌관이었던 데이비드 메닝이 밝혔다.

 

메닝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미국이 바그다드(이라크) 정권교체를 추진하려다 런던의 정권교체라는 대가를 치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가 최종 무산되면서 블레어 총리가 영국 내 반대 여론에도 참전을 결정했고, 미국과 영국 연합군은 유엔 승인 없이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침공을 개시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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