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30일 발표한 '5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는 1.54%포인트로 전월(1.48%포인트) 대비 0.06%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가 넓어진 것으로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 예금금리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대출금리가 5월 기준 4.04%에서 4.15%로 0.11%포인트 상승하며 예대금리차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중소기업대출금리는 0.07%포인트 하락한 4.17%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대출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4.16%로,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 다시 2.50%로 두 차례 인하하며 금리 하락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대출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기업대출금리까지 곧바로 전파되지 않고 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지표 금리 하락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내렸다"라며 "기업 대출 금리의 경우 앞서 4월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관련 저금리 정책대출이 큰 규모로 취급된 데 따른 기저 효과에 더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인수금융 등이 실행되면서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2.63%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순수저축성예금은 0.07%포인트 떨어진 2.64%, 시장형금융상품은 0.11%포인트 내린 2.58%를 기록했다. 대출금리도 하락세로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4.17%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낮아졌다.
가계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0.11%포인트), 전세자금대출(-0.11%포인트), 일반신용대출(-0.07%포인트) 모두 내려 0.10%포인트 하락한 4.26%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고정금리의 비중은 고정형 주담대 취급이 늘어난 영향으로 3.1%포인트 상승해 59.8%를 기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신금리(1년만기 정기예탁금 기준)는 상호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예금금리는 저축은행은 동결(2.98%), 신협(-0.09%포인트), 상호금융(-0.18%포인트), 새마을금고(-0.08%포인트)는 각각 3.12%, 2.88%, 3.14%로 조정됐다. 대출금리는 신협(-0.02%포인트)은 4.99%로 내렸고, 상호저축은행(0.20%포인트), 상호금융(0.16%포인트), 새마을금고(0.04%포인트)는 올라 각각 10.92%, 4.86%, 4.79%를 나타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금리차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은 7%대의 높은 예대금리차를 기록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은은 “향후 예대금리차 흐름은 가산금리 등 은행권의 정책과 지난주에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