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2025년 1분기 합산 순이익 4조 9289억원을 기록하며 5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대출 자산 확대, 지난해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충당금 기저효과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으나, 우리금융은 일회성 비용과 대손충당금 부담 등으로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2025년 1분기 합산 순이익은 4조 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 2215억원) 대비 16.8% 증가했다. 증권가 전망치(4조 8864억원)를 웃돌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KB·신한·하나 ‘호조’, 우리금융만 역성장
KB금융지주는 1조 6973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1조 420억원) 대비 62.9% 급증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KB국민은행이 1조 264억원(163.5%↑)의 순이익을 올리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조 48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신한은행이 1조 1281억원(21.5%↑), 신한카드 1357억원, 신한투자증권 1079억원 등 주요 계열사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금융지주는 1조 1277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1조 340억원) 대비 9.1% 늘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615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8240억원) 대비 25.2% 감소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익이 줄었으며, 우리은행의 순이익 감소(-19.9%), 희망퇴직 및 대손충당금 확대 등 일회성 비용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가 실적 견인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합산 이자이익은 10조 641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0조 4046억원)보다 2373억원(2.3%) 증가했다. 금융지주의 1분기 호실적에 이자이익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이익 증가는 대출자산 확대와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높게 유지하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대금리차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3년 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3.50%로 동결하던 기준금리를 2024년 10월부터 세 차례 연속 인하해 2025년 2월 현재 2.75%까지 낮췄지만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5년 2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신한·하나은행 1.40%p, KB국민은행 1.33%p, 우리은행 1.30%p로 4개 은행 평균 1.36%p에 이른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격차에 해당한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를 더 큰 폭으로 내리고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내렸다. 특히 가계대출 수요 증가와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관리로 인해 대출금리 하락폭을 제한했다.
3~4월에도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추세가 이어진 탓에 예대금리차는 당분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저원가성 예금 유입, 조달비용 절감, 자산 리밸런싱 등으로 순이자마진(NIM) 방어에 성공하며 이자이익을 꾸준히 늘렸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자이익은 3조 2622억원(2.9%↑), 신한금융은 2조 8549억원(1.4%↑), 하나금융은 2조 2728억원(2.3%↑), 우리금융은 2조 2520억원(2.5%↑)으로 집계됐다.
◆CET1 비율 13%대…주주환원·건전성 관리 강화
4대 금융지주는 이자이익 중심의 실적 호조와 함께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KB금융 13.67%, 신한금융 13.27%, 하나금융 13.23%, 우리금융 12.42%로 나타났다. KB- 신한- 하나금융은 모두 13%대를 유지하며 견고한 자본건전성을 보여줬고, 우리금융도 12%대를 방어했다.
금융지주들은 양호한 CET1 비율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의 실적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1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이면에는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라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않고, 예대금리차를 확대해 실적 잔치를 벌인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반면 다른 금융 전문가는 “은행권이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물경제 둔화와 신용위험 확대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중요하다”라며 “자본건전성 유지, 리스크 관리, 주주환원 강화 등 균형 잡힌 경영 전략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