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보험사들이 간병비 보험 손해율이 급등하자 어린이 대상 보장 한도를 대폭 낮춘 데 이어, 성인 대상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의 보장 한도도 잇따라 줄이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지난 23일부터 성인 대상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 한도를 기존 20만원에서 각각 10만원, 15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했다.
이들 보험사는 이미 이달 초부터 15세 이하 어린이 대상 보장 한도도 기존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크게 낮춘 바 있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도 성인 보장 한도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은 입원 환자가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단위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고령화와 간병 수요 증가, 간병인 중개 플랫폼 성장 등으로 간병 보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삼성화재가 하루 보장 한도를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 이후 주요 손보사들도 경쟁적으로 보장 한도를 높였다.
그러나 보장 한도 상향 이후 일부 가입자의 불필요한 간병인 고용, 허위 청구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의 어린이 간병인 사용일당 담보 손해율은 600%까지, 성인 담보 손해율도 300~400%에 달하는 등 손해율이 급등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수익보다 지급 보험금이 훨씬 많아지는 구조가 되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장 한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금융감독원 역시 간병보험의 도덕적 해이와 손해율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실질적인 간병 서비스 이용 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약관 개선을 추진했다. 앞으로는 간병 서비스 이용 시 카드 결제 내역, 간병인 계약서, 근무일지 등 명확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보험금 청구가 인정된다. 병원의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 또한 내년 1월부터는 간병인 일당 담보의 보장 한도 산정 기준이 실제 본인 부담 간병비 수준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간병보험이 고령화 사회에서 꼭 필요한 보장임을 인정하면서도 최근의 손해율 급등과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권고 등으로 인해 보장 범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간병보험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보장이지만,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청구와 손해율 급등,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요구까지 겹치면서 보장 범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앞으로도 간병인 사용일당 담보의 보장 한도 축소와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 장기요양보험 확대, 보험료 수익 대비 높은 장기 지급 가능성, 가입자 고령화에 따른 위험 증가 등으로 민간 보험사가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간병보험 보장 축소는 보험업계의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 그리고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과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 가입 및 보험금 청구 시 한층 더 엄격해진 기준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