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실험에 본격 돌입한다. 한은은 24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디지털화폐 테스트(프로젝트 한강)' 일반 이용자 실거래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3개월간 진행되며, 최대 10만 명의 일반 이용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폐인 '예금 토큰'으로 변환한 뒤, 지정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이용자 사전 모집은 25일부터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IBK기업, NH농협, BNK부산 등 7개 참가은행 별로 진행된다.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당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신청 가능하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은 각 1만 6000명, 기업과 부산은행은 각 8000명씩 선착순 모집한다.
예금 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원, 테스트 기간 중 총 전환 한도는 500만원으로 설정됐다. 사용처로는 교보문고, 세븐일레븐, 이디야커피, 농협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과 현대홈쇼핑, COSMO, 땡겨요 등 온라인 쇼핑몰이 포함됐다. 거래는 QR 코드를 통해 이루어지며, 전자지갑 발급 은행과 관계없이 대금 지급과 수취가 가능하다.
한은 측은 "사용처는 여타 지급서비스와 달리 현금처럼 판매 대금을 즉시 수취하고 별도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상점의 유동성 관리 및 수수료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디지털화폐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해 복잡한 정산절차 및 부정수급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은은 서울, 대구 등 지자체 및 신라대학교와 연계한 디지털 바우처 프로그램 실증 실거래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바우처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고 복잡한 정산절차 및 부정수급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서울시 청년문화패스, 대구 교육용품 판매점 전용 바우처, 신라대 신입생 대상 대학 내·인근 상점 전용 바우처 등이 활용될 예정이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이번 실험은 미래 디지털화폐 인프라와 혁신 서비스를 체험하고 피드백을 받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 개인 간 송금, 부동산 거래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토큰 기반의 대안적 상품들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들이 보다 안전한 제도적 틀에서 새로운 기술을 수용해낼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만든다는 측면으로 봐달라"라고 당부했다.
한은은 이번 실거래 실험 종료 후 개선 사항을 반영하고 시스템을 정비해 추가 활용사례 발굴 및 바우처 프로그램 확대 등을 포함한 후속 실거래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래밍 기능을 확장하여 주택 매매나 전세 거래 등 부동산 거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