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의 디지털 생명보험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1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1일 교보라이프플래닛이 2024 회계연도 경영실적을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에 매출 479억 9400만원에 256억 2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23년(495억 1700만원)대비 감소했으며, 적자 규모는 2023년(마이너스 213억 9100만원)보다 확대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13년 9월 교보생명과 일본 온라인 전문 생명보험사 라이프넷생명이 합작해 설립한 국내 보험업계 최초의 디지털 보험사다. 현재는 교보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설립 이래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2013년(50억원 손실)부터 2024년까지 기록한 적자만 약 2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작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미래를 내다보고 설립한 회사가 좀체 턴어라운드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모바일 앱(App), 전화, 우편 등 비대면 방식으로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을 판매한다. 모바일 전용의 면역력보험, 식생활보험, 직장인보험, 에너지보험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그 외 정기보험, 종신보험, 상해보험, 입원비보험, 수술비보험, 치아보험, 어린이보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의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니보험인 탓에 일반 보험사 상품과 비교해 위험보장이 단순하고 보험기간도 짧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가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하게 책정되는 상품들이 많다. 박리다매를 하더라도 보험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영업구조이다.
보통의 보험사들의 수익 구조는 장기보장성보험을 팔아 거둬들이는 보험료로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기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인 상품이다. 장기보험을 판매해 매출을 일으켜야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경영개선이 지지부진하자 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23년 12월 김영석 전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영업해 경영 전반에 걸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국내 최초 디지털 보험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최고 수준의 보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필요한 보험을 합리적 가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리더십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자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누적적자가 점점 커지자 돌파구 마련을 위해 자본을 새롭게 수혈했다. 2024년 3월 교보생명이 전액 참여해 12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됐다.
그 결과 일부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작년의 경우 보장성 보험 신계약 월납환산보험료 기준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2025년 들어 '프립케어(무)라플 365미니보험'과 '(무)라플 365 미니보험' 등 신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보험, 왜 만나?'라는 주제로 신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교보라플 맞춤건강종합보험'을 홍보하고 디지털 보험사의 비대면 장점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기존 보험 가입 과정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고객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필요한 보험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광고의 주요 메시지는 "더 이상 친구, 동료, 가족 등 다른 사람 부탁으로 필요 없는 보험에 가입해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제공하는 옴니채널 세일즈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상담 시스템과 설계사 수수료가 없어 합리적인 보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달 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희소식을 접했다.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 사이에 벌어진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을 7년 만에 마무리지은 것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4개 회사 가운데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교보생명 지분 13.55%를 제3의 기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 회장과 교보생명이 경영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왔다. 이에 고무된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작업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디지털 생보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아직까지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신창재 회장의 또 다른 ‘아픈 손가락’이 아닐 수 없다. 2025년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