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면서 MG손보의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MG손보 매각은 다섯 번째 시도 끝에 무산됐으며, 124만명에 달하는 보험계약자와 임직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메리츠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메리츠화재는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 차이 등으로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3개월 만이다.
메리츠화재는 법적으로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을 통해 인수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노조에 전체 직원의 10% 고용 승계와 비고용 직원 위로금 250억원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지난달 28일까지 노조가 실사 협조와 고용 조건 합의를 이루지 않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겠다고 최후통첩했으나, 이후 진행된 협의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MG손보 노조의 실사 거부와 협상 결렬로 매각은 무산됐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후 이미 약 3년이 경과했고, 매각 절차가 지연되면서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작년 3분기 기준 43.4%로 법정 기준인 100%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사실상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태임을 보여준다.
MG손보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보험계약자 약 124만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계약자는 최대 5000만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실손보험 등은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보험사에 재가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청산 절차로 인해 MG손보 임직원 약 600여 명은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서는 MG손보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유동성 부족 문제로 인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금융지주 등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 금융회사들조차 MG손보 인수에 선뜻 나설 공산은 낮아 보인다.
MG손보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메리츠화재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고 노조의 불참을 핑계 삼아 매각 결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금융당국은 청산과 파산을 언급하며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켜서는 안되며, 꼼수와 특례로 점철된 매각이 아닌 제대로 된 매각에 나서야 한다"면서 "노조는 정상적인 공정한 매각을 위한 과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어떠한 역할이라도 책임감 있는 노력과 협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MG손보가 실제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경우 국내 첫 계약 이전 없는 보험사 청산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