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 하락...밸류업 계획에 '암초'되나

 

국내 금융지주들이 2024년 경영실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부터 추진해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후속 계획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은 지난 5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에 대해 일단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높아진 주주환원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 탓으로 6일 KB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루 종일 약세를 면치 못했다. 3%대 하락으로 출발해 한때 8%대까지 낙폭을 키웠으며 이후 6~7%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6.7%의 하락률로 마감했다.

 

신한금융 작년 당기순이익 3.4% 증가한 4조 5175억원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이 6일 인터넷·모바일 생중계를 통해 2024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신한지주 이사회는 4분기 주당 배당금 540원 및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의했다.

 

올해 1월 중 취득 완료한 1500억원의 자사주를 포함해 25년 2월 현재까지 총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한 것으로, 1조 1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포함해 총 1조 7500억원을 웃도는 총 주주환원 규모를 제시했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분기 배당과 함께 자사주 취득·소각 규모의 확대를 지속하면서, 안정적인 자본비율 관리 등 견고한 펀더멘털에 기반한 일관되고 차별화된 자본정책을 통해 꾸준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의 2024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4조51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대손비용 감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4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63.5% 감소한 4734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 이익 등 비이자이익의 감소와 희망퇴직 비용 및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신한금융은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부동산PF, 책준형 자산신탁 등 위험자산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 여력을 최대한 확보했으며, 희망퇴직 등 구조적인 비용 효율화를 위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펀더멘탈을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주요 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을 달성했다. 2023년보다 10.5% 늘어난 것으로,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이익 5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의 관심은 KB금융의 주주환원책에 쏠렸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CET1비율에 주주환원을 연계하는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 상반기 주주환원은 13%, 하반기 주주환원은 13.5% 초과가 조건이었다.

 

KB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CET1 비율은 13.51%였다. 당초 발표한 ‘밸류업 프레임워크’ 수준에 들긴 했지만 전 분기 대비 0.33%포인트 떨어진 것이었다.

 

나상록 KB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RWA(위험가중자산) 증가 때문에 CET1비율이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주주환원 차원에서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의 주주환원책에 대해 시장은 실망감을 보였다. 주된 관심은 주주환원의 기반이 되는 CET1비율에 쏠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CET1 비율과 자사주 규모는 높아진 시장 기대치와 비교해 다소 미흡하다"라며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계획상 CET1 비율 13%를 초과해 원칙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구조적으로 CET1 비율이 5bp만 움직여도 자사주 매입 규모는 1500억~2000억원가량 변동될 수 있어 주주환원 예측 가능성이 낮아 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작년 9월말 13.17%에서 12월말 13.03%로 떨어졌다. 일단 CET1 비율 13%를 방어한 것에 의미를 둘 수도 있지만, 이 비율 하락으로 주주환원율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RWA가 전분기 대비 5조 8000억원 증가하며 CET1비율을 0.22%포인트 끌어내렸다”라며 “분기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도 합쳐서 CET1비율 하락에 0.15%포인트의 영향을 줬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4일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CET1 추정치가 13.13%로 전년 대비 0.09%포인트, 전 분기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밸류업 공시 당시 CET1을 13.0~13.5% 내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힌 대로 목표 구간 관리되고 있긴 했지만 하락을 피하진 못했다.

 

밸류업을 추진하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주식시장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튼튼한 재무안정성 기반 위에 안정적으로 자본비율을 관리하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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