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현재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전기차 성장 둔화 시기를 하이브리드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또 10년간 매년 12조원 이상을 투자해 완성차 기술력을 혁신하는 한편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28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중장기 전략인 '현대 웨이(Hyundai Way)'를 발표했다.
현대차는 2030년 제네시스를 포함 연간 555만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0% 늘어난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현대차는 기존 준중형 및 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럭셔리 모델인 제네시스까지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 현재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오는 2025년 1월부터 양산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TMED-Ⅱ는 기존 시스템과 동등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켜 출력 및 연비 면에서 경쟁사 시스템 대비 우위를 확보한 상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오는 2028년 133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오는 2026년 말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도 선보인다. EREV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각각 적용한 차량이다. 전기차와 같이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신규 파워시스템(PT/PE) 개발을 통해 2개의 모터로도 사륜구동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현대차는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용량은 약 30% 축소함으로써 동급 전기차 대비 EREV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7년 EREV를 본격 판매, 연간 8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다. 중국에 경제형 C급(준중형) 플랫폼을 활용한 EREV를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은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하이브리드로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전기차에 가려 있지만 하이브리드 시장은 존재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유럽연합(EU)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8.7%나 급증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신규 등록이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유럽 내부에서 EU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고 밝혔고, 벤츠 역시 시장이 냉혹하다면서 가격과 공급망 문제를 우려한 바 있다.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는 꾸준하다. 중국승용차협회(CPCA)가 공개한 올 1월 판매 동향에 따르면 도매 기준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은 28%에 달한다. 순수 전기차 비중 59%에 비해 낮지만 적지 않은 수요다. 중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는 주로 해외 합작 기업들이 주력해 온 모델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시장이 적지 않은 만큼 가격을 낮추는 등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21개까지 확대한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장재훈 사장은 “전동화 시대의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럭셔리 및 고성능 모델까지 모든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선보인 독보적인 기업”이라며 “과거부터 축적해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현대차는 계속해 앞으로 다가올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시장을 리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오는 2033년까지 모두 120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재무 전략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R&D) 54조5000억원, 설비투자 51조6000억원, 전략투자 14조4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