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덴젤 워싱턴 등 할리우드의 거물급 배우들이 최근 줄이어 뉴욕 브로드웨이의 연극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뮤지컬보다 흥행 보증수표인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연극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더 유리하다고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화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다음 달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연극 '맥닐'에서 인공지능(AI)에 집착하는 소설가로 출연할 예정이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는 연극 '굿나잇 앤 굿럭'으로, 덴젤 워싱턴은 연극 '오셀로'로 각각 내년 봄부터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예정이다. 다우니 주니어와 클루니는 이번 작품이 브로드웨이 데뷔작이고, 워싱턴은 7년 만의 브로드웨이 복귀작이다.
내년 가을엔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유명 할리우드 배우나 팝스타가 등장하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만 최근처럼 줄이어 거물급 배우들 등장이 예고된 것은 드문 일이라고 NYT는 소개했다. 브로드웨이가 '스타 파워'에 베팅하고 나선 것은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객들의 발길을 다시 브로드웨이로 끌어오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최근 몇 년 새 뮤지컬 제작비 상승 부담을 고려할 때 '할리우드 셀럽'이 등장하는 연극이 오히려 투자위험 부담이 덜하다는 계산이 고려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뮤지컬의 경우 한 작품에 등장하는 배역이 많은 데다 라이브 연주와 정교한 무대 세트가 필요해 연극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통상 브로드웨이에 새 뮤지컬을 올리는 데 평균 2600만 달러(한화 약 27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물가 여파로 최근 들어 제작비는 더욱 치솟는 분위기다.
현재 2년새 브로드웨이에 새로 선보인 24개 뮤지컬 중 현재 수익을 내는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한 뮤지컬 '앤(&) 줄리엣'이 유일하다고 NYT는 전했다.
뮤지컬 '헬스 키친'과 '디 아웃사이더스'가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가도를 걷고 있는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이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반면 연극은 뮤지컬 대비 제작비가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제작자와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연극이라 할지라도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출연료 부담이 크긴 하지만 일정 수준의 기본 출연료에 흥행 여부에 따른 성과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로 유명 배우와 위험 부담을 분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제작자 입장에선 뮤지컬보다 위험 부담이 덜한 셈이다.
배우 입장에서도 최근 할리우드가 검증된 시리즈물 위주로 제작비를 투자하는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연극 무대의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제작자의 손익 계산과 배우들의 출연 의사가 맞물리면서 할리우드 셀럽들의 브로드웨이 등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브로드웨이 제작자 존 존슨은 "현재 많은 배우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각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콧 엘리엇 예술감독은 "(영화계에) 인디 시장(indie market)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형 스타들도 대담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