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신문 안광일 기자] 대중들은 흔히 LP와 바이닐이라는 단어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원반 형태의 저장 매체를 의미하는 단어는 바이닐이다.
음원으로 발매되는 앨범도 싱글, 미니앨범, 정규앨범 등으로 나뉘듯이 바이닐은 음원, 재생 길이에 따라 SP(Single Record), EP(Extended Record)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는 LP(Long Play Record)로 나뉘는데 음반 규격을 의미하는 LP를 우리는 바이닐과 통용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바이닐을 듣기 위해서는 턴테이블이 꼭 필요로 하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번거로움을 줄인 CD가 등장했고, 이후 현재와 같이 다양한 음악 플랫폼을 통해 음원 스트리밍을 하는 시대로 변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 몇 년 동안 대중음악계에는 바이닐이 전례없는 인기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의 중심이 되는 MZ세대들이 뉴트로라는 트렌드를 받아들이면서 아날로그 음악 매체인 바이닐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예스24의 분석에 따르면 LP 상품 구매자 중 20대와 30대를 더한 비율은 2019년 27%에서 2021년 40.8%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이 ‘좀 더 편하게, 좀 더 가볍게’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CD보다 음질이 떨어지고 제작까지 반년 가까이 걸리며 게다가 만원 정도면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원 플랫폼에 4~5배에 달하는 가격인 바이닐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과연 뉴트로라는 큰 트렌드 때문일까?
여러 전문가는 바이닐이 하나의 굿즈로 인식된 것을 인기의 큰 이유로 꼽는다. 언제든 스트리밍을 통해 음원을 소비해버리는 것이 아닌 소장을 통해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과거의 것들과 비교해 예쁜 디자인과 색감으로 더욱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바이닐을 듣기 위해 꼭 필요한 턴테이블도 다양한 디자인과 더불어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제품까지 등장해 소장 욕구를 부른다.
최근 대부분의 바이닐이 ‘한정판’을 달고 발매되면서 리셀가가 기존 가격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인 소장 가치가 있는 것 또한 현실적인 이유다. 여기에 여러 LP가게를 돌며 열심히 디깅한 바이닐을 보다 나은 음질을 위해 관리하고 턴테이블에 음악을 재생시키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음악을 듣는 행위에 포함되면서 클릭 한 번으로 음악을 재생시키는 음원 플랫폼보다 애정이 기울게 되는 심리적인 이유도 존재할 것이다.
또 빈티지한 음질이 바이닐 인기의 이유가 된다.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모닥불 소리인 듯 빗소리인 듯 음악의 사운드를 해치지 않으면서 아날로드 사운드를 연출해 내는 독보적인 음질은 MZ세대가 처음 들어보는 신선한 사운드로 경험될 것이다.
한 대중음악계 관계자는 “바이닐이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떠올리게 하며, MZ세대에게는 신선한 문화로 인식되면서 소비량이 증가했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흐름에 맞게 적극적으로 바이닐을 발매하고 있어 당분간 국내 바이닐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