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홍대 클럽을 메운 록과 힙합, 재즈, 일렉트로니카. 이 비주류 음악들은 적어도 홍대에서만큼은 주류의 영광을 누린다. '배곯음'이라는 현실감각 위로 '음악정신'이란 아우라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인디의 성전에 가야금을 들고 등장한 정민아는 몇년 새 우리 국악계의 중심에 섰다.
정민아는 스스로에게 '모던 가야그머'라는 참신한 수식어를 붙였다. 12현 전통 가야금이 아닌 25현 개량 가야금을 뜯으며 노래까지 부르는 그는 록과 힙합의 비트가 넘쳐나는 홍대에서 독특한 음악의 성채를 구축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가야금 선율 위에 클래식과 재즈, 탱고 등의 코드를 덧씌우고 혼자 작사, 곡, 편곡, 보컬, 가야금 연주까지 도맡아 발매한 앨범 '상사몽' 최초의 가야금 인디의 흥행을 일으켰다. 그리운 이를 꿈속에서라도 만나려고 찾아가나 되려 그리운 이는 또 나를 찾아오는 바람에 서로 길이 어긋났다는 황진이의 시조 제목을 그대로 따왔지만 고리타분함 대신 세련된 곡조에 진한 여운을 주는 보컬이 더해졌다.
가야금 인디, 대중의 감성을 건드리다.
바람이 되어 만날까 구름 되어 만날까 / 강물이 되어 만날까 바다 되어 만날까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 난 그대 가까이 있는 무엇이 되고 싶네
정민아, '무엇이 되어' 中
담담한 목소리 속에 사무치는 애절함이 가야금 연주와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곡 '무엇이 되어'는 친구와 이야기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다이어리에 음표를 그려넣어 만든 노래다. 한국적인 선율로도 얼마든지 대중에게 어필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국악의 대중화라는 기치 아래 형식적인 소품처럼 쓰이는 국악이 아닌 ,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국악, 세련되고 매력적인 국악, 그래서 국악에 갇히지 않은 음악을 하는 것이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일종의 '주의 주장'인 것이다.
자생력을 잃어버린 국악의 장르적 한계에도 정민아는 스스로 가야금을 들고 홍대에서 길을 찾았다. 제2, 제3의 정민아‘들’이 등장해 한국적인 것을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대중적이지만 평이하지 않은 선율로 풀어내며 먼저 손을 내밀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