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Body cam)과 피싱(Phishing)의 합성어인 몸캠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몸캠피싱은 공격자가 사이버 공간에서 남성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음란 행위를 하게 한 뒤, 이를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범죄를 일컫습니다. 본지는 올해 사이버 범죄 예방을 위해 비영리단체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장(現 디포렌식코리아 대표) 기고문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사이버공간은 확대됐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켰다.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동시에 지능화된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일으켰다. 범죄자들은 물리적인 장소 구애 없이 전 세계 어디서든 값싼 비용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고, 수사는 더욱더 어려워졌다.
최근 5년간 국내 사이버범죄 전체 발생건수는 소폭 하향했던 2021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우상향 추세로 분석됐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범죄 전체 발생건수는 2018년 14만9604건, 2019년 18만499건, 2020년 23만4098건, 2021년 21만7807건, 2022년 23만355건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간 유형별 발생건수를 보면, 정보통신망 침해범죄는 3845건에서 3494건으로 351건(9.1%)이 감소했으며, 불법콘텐츠 범죄는 3만9278건에서 3만5903건으로 3375건(8.6%)이 감소했다. 반면, 정보통신망 이용형 범죄는 17만4684건에서 19만958건으로 1만6274건(9.3%)이 증가했다.
사이버범죄는 비대면적 특성 때문에 실제 행위자를 추적하기 어렵고, 수사를 통한 범인 검거 전까지 그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수사나 추적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이동·삭제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디지털 증거는 그 존재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파악됐다 하더라도 범인이 얼마든지 쉽게 삭제할 수 있다. 결국, 범죄자를 특정하고 검거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범죄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바로 사이버범죄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경찰의 적극적 대응 방안이며, 두 번째가 국제 협력을 통한 신속하고 원활한 국제 공조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몸캠피싱 범죄의 경우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탈취된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서버를 특정할 수 있고, 보안이 취약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기관의 적극적 대응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국제 협력을 통한 원활한 국제공조 체계가 마련된다면 범죄 발생에 따른 심각한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범죄를 감소시키는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사이버 범죄가 이루어지고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전한 사이버 범죄 해결을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적극적 대응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진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수사기관의 적극적 대응은 파악된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조처를 함으로써 실질적인 수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관련 법률 및 절차를 마련하고 국제기구나 국제사회에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는 지난 2018년 뉴욕 타임스퀘어에 자체 광고를 내고 몸캠피싱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사이버범죄의 원천 차단은 물론 사전 교육과 예방, 피해 구제책 등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위한 국제적인 핫라인 구축을 선언한 바 있다.
불법적인 성적 이미지 및 동영상은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호스팅 돼 있는 사이트에 업로드되고 있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인력들이 함께 모여 협력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 부족과 까다로운 법적 절차 및 각종 규제로 사이버범죄는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외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시스템 구축과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읽고 몸캠피싱으로 인한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원고료는 받지 않고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걸 디포렌식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