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백과] 한국 인디 역사 되짚기, 2000년대 인디음악 '위기와 극복'

IMF 사태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인디음악은 디지털 시대인 2000년대로 넘어오게 된다. 2000년대에는 컴퓨터공학의 발전으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녹음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많아졌다.

▉ 인디음악의 위기를 가져온 ‘카우치 사건’ 

대중에게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며 인디음악이 자리를 잡을 때쯤, 그 흐름에 제동을 거는 사건이 발생한다. 2005년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인디밴드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라는 인디밴드가 성기 노출을 한 일명 ‘카우치 사건’이다. 당시 인디밴드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기가 어려웠는데, 인디음악의 좋은 점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생소한 인디뮤지션을 소개하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모처럼 만든 인디밴드 도약의 장에서 카우치는 재를 뿌리고 만다. 그의 노출 장면은 전국적으로 생방송되며 역대급 방송사고로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으로 지상파 방송국 3사에서는 인디밴드 출연을 금지시켰고, 노출사건과 관련해 공연 팀들을 조사했다. 퇴폐 공연과 불법 공연을 하는 곳을 점검하고 홍대 라이브 클럽을 중점으로 수사를 확대하라는 방침을 발표해 경찰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대중들이 인디음악과 뮤지션에 대해 다시 한 번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사건이다. 이후 주류 미디어에서는 더 이상 인디뮤지션을 주목하지 않았다. 카우치의 일탈 행동이 인디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양산하고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댄스 음악이 지배하는 대중음악계와 차별화한 음악으로 한국음악의 지평을 확장한 인디 음악계의 10여년 노력이 물거품이 되며 인디 음악의 위축을 불러왔다. 이처럼 음악 시장에서의 인디음악은 ‘카우치 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잠정적인 침체기를 겪었다. 아울러 라이브 클럽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까지 줄어들었다.
 

 

▉ 노력과 극복

‘카우치 사건’이후 인디뮤지션들은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인디음악 그리고 인디뮤지션에 비중을 둔 EBS의 ‘스페이스 공감’, 네이버가 후원한 인디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이런 노력이 밑거름이 돼 인디음악이 점점 드라마나 영화의 OST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에 대중들의 관심에서 사라져갔던 인디 음악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옥상달빛이나 요조, 제이레빗과 같은 상큼하고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또 검정치마, 장기하와 얼굴들이 신선한 음악과 출중한 실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인디는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친근한 이미지, 새로운 음악을 통해 대중의 인식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디음악의 스타일 변화로 인해 인디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친근해졌으며, 예전의 펑크 록 스타일의 음악들에 비해 대중들이 훨씬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 매체발달과 인디음악의 대중성

이 시기에는 매체의 발달과 검색 폭이 넓어져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인디음악을 융합, 다시 음악이 생산되거나 방송의 배경음악으로 매체에서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게 대중들은 인디음악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레 예전 인디음악에 관한 정보를 찾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들로 인해 과거에 알려졌던 1세대 인디밴드가 역주행에 성공, 인디음악은 마니아층만 찾는 음악이라는 편견의 벽은 허물었다.

각고의 끝에 인디음악은 대중들에게 그들만의 음악성, 독창성, 다양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는 1세대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과 ‘장기하와 얼굴들’이 권위 있는 음악상인 ‘한국대중음악상’을 석권하면서 입증했다. 동시에 다른 인디뮤지션들이 음악 관련 상들을 석권하며 인디음악의 대중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즉, 획일화된 주류 음악에서 느껴지지 못했던 신선함과 예술성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인디음악은 주류 음악과의 경계선이 무너졌다고 할 만큼 그들과 무대를 나란히 공연하는 일을 많아졌고 인디 뮤지션 단독콘서트를 할 만큼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

(자문 : 백석예술대학교 공연기획연출과 이은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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